▲26일자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오마이뉴스
"탈레반, 끝내 인질 1명 살해"와 "인질 8명 석방" 소식이 혼란스런 그대로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장식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단정적으로 '인질 석방' 소식을 제목으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AP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따옴표를 따 "8명은 미기지 도착"이라고 알렸다.
<국민일보>와 <경향신문>은 제목은 뽑지 않았지만, < AP통신 >과 <연합뉴스>를 인용해 "한국인 8명이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인질 8명을 석방했다는 보도가 잇따랐으나 확인되지 않았다"(혹은 "확인중")이라고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서울신문>만 "22명 억류"로 제목을 뽑았다. <한국일보>도 '억류'쪽에 방점을 찍어 기사를 보도했다.
대다수 신문들은 어제 밤, 아니 오늘 새벽까지 제작시간을 연장하며, 인질 살해 소식과 인질 석방이라는 혼란스런 정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다수 신문들은 결과적으로 '대형 오보'를 냈다.
신문사들로서도 결코 내고 싶었던 '오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또 경쟁적으로 빨리 보도하고자 하는 선정적인 보도 태도 때문에 나온 '오보'라고 할 수만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이런 '오보'를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왜 이리 무책임하게 보도했느냐는 '질책'이나 '비판'을 위한 문제 제기는 아니다. 23명의 목숨, 이제는 22명으로 줄게 된 인질의 생명의 안위를 다루고 있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서 우리가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할 점들은 없을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외신 홍수 속에 '혼돈스런 상황' 극에 달해
결과적으로 오보에서 벗어난 <서울신문>과 <한국일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미확인'을 전제로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따랐다고 말하고 있다.
인질 8명 석방 사실을 처음 확인 보도한 곳은 <연합뉴스>. 어제 오후 요미우리 등 일본 언론에서 나오던 8명 석방설에 이어 <연합뉴스>는 저녁 8시 58분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긴급뉴스'로 "신병인도 직후 안전한 곳 이송-'최종 연락 기다린다'"는 소식을 타전했다. <연합뉴스>는 이어 후속 보도를 통해 인질 8명이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사들도 9시 뉴스에 곧 이 같은 석방 소식을 보도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아랍 위성 TV인 <알자지라>와 < AFP >가 '한국인 인질 1명 살해'를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방송사 앵커들이 9시 뉴스를 진행하면서 "혼란스럽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혼돈스런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에도 혼란스런 상황은 계속됐다. 일본 NHK와 AP는 밤늦게 연이어 '8명 석방' 소식을 타전했으며,
는 "석방된 이들이 "미군 바그람 기지로 이송됐다"이라고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오후 5시 54분 아프간 통신사인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는 "탈레반이 인질 협상 결렬 선언을 했다"고 보도했는가 하면, KBS는 <뉴스9>에서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스프 아마디와의 육성 통화 내용을 따서 "인질 한명을 처형했으며, 나머지 22명의 인질은 억류 중"이라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또 밤 11시 30분경 < DPA통신 >은 "8명 인질은 석방되지 않았다"고 보도해 혼선은 극에 달했다.
<서울> <한국>은 어떻게 '오보' 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