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기자인 이정현 선배는 <시사저널> 1년의 투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카메라 감독으로 변신했다.시사기자단
하지만 효과는 더 좋았습니다. 비록 벽면이 얼룩덜룩하고 음향은 열악했지만, 그 자리에 모인 분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한 여름 밤 옥상 카페에서 벌어진 진풍경은 영화 <시네마 천국>의 야외 상영회와 같은 아우라를 품어냈습니다. 헛, '자뻑'이 심하다고요?
아닙니다. 맨 앞자리에 서있던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 이사)는 9분 내내 흡사 못박힌 듯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화면이 잠시 끊기자 "어, 화면이 안 나오네요"라면서 발을 구릅니다. 다 본 뒤 그의 품평. "아, 이거는 못본 건데, 좋네요." 참여연대 회원, 희망제작소 분들, 아름다운 가게 분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주셨습니다. 뿌듯뿌듯. '초'를 좀 치자면 동영상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칸 영화제'에 작품이 올라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제부터 간략 제작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동영상은 그야말로 금세, 뚝딱 만들었습니다. 원고 작성 1시간, 녹음 1시간. 저, <시사저널>의 막내 기자 차형석은 나레이션을 맡았습니다. '거리의 사회자'(진품 시사저널 부활 거리문화제), '눈물의 왕자(?)에 이어 '축축한 나레이터'까지, 기자라는 본업을 잃은 저는 1년 동안 새로운 일을 참 많이 해봅니다.
저는 원고를 읽기만 했을 뿐, 숨은 주역은 따로 있습니다. 일등 공신은 이정현 선배입니다. 그는 18년 동안 지면 레이아웃을 해온 미술 기자입니다. 싸움의 기간 동안 그는 카메라 감독으로 변신했습니다. 그가 찍은 테입만 80개입니다. 무시무시하지요? (영상 자료 필요한 취재진은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그는 감독이자, 프로듀서이자, 빼어난 카피라이터입니다. 원고를 쓰던 취재 기자를 단 한마디로 제압한 통찰력의 소유자입니다. 작업을 하던 날 밤, 노순동 선배는 열심히 원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그 뒤를 이정현 선배가 서성서성대더니, 심드렁하게 한마디 내뱉습니다.
"저기.. 1인칭 어때요?"(이)
"1인칭? 아, 그래요. 오우~케이. 누구 시점으로 할까?"(노)
"뭐, 막내."(이)
"오우~케이. 막내 누구?"(노)
"목소리가 좋은…."(이)
"오우~케이. 차형석 낙찰!"(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