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규 목사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있던 피랍자 가족들이 울먹이며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서 가족들의 무사귀환을 빌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가족들은 오후 4시 20분경 노무현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 아프가니스탄 대사,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을 발표했다.
피랍가족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발표된 호소문에서 이들은 "한국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관계자들의 협상 노력에 감사하고 있다"면서도 "가족들의 불안과 공포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져만 가고 있다"고 애타는 심정을 전했다.
가족들은 또 "배형규 목사의 주검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배 목사의 가족은 큰 충격에 빠졌"고, 비단 배 목사의 일가친척만이 아니라 피랍자 가족들 대부분이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노력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배 목사의 죽음으로 가족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고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털어놓은 이들은 "피랍자들은 봉사를 위해 그곳을 찾았다. 그곳의 아픈 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고통을 함께 했다"는 말로 '아프가니스탄행의 순수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들은 가족들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을 향해서도 "우리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가족들의 마음은 국가와 인종, 종교를 초월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호소문 발표 후 피랍자 이선형씨 어머니 김경자씨는 "마음이 떨려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이 잘 진행돼 어서 빨리 우리 아이가 부모 품에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피랍자 이연경씨 어머니 김은주씨 역시 "연경이는 봉사단의 막내였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고아원이나 유아원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이제는 취업 때문에 올해 마지막 봉사를 나간다고 했는데 변을 당했다. 겁이 많은 아이인데…"라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피랍자 가족인 제미숙씨도 "1남4녀중 막내인 창희가 잘못된다면 어머니가 걱정이다. 월급을 받으면 쌀을 사서 차에 싣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천사 같은 동생이었는데… 돌아오면 잘해주고 싶다"며 서러운 마음에 말끝을 흐렸다.
[2신 : 26일 오후 2시 55분]
가족들 "외교부 정식 발표 때까지 공식입장 밝히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