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밤 피랍자 가족들이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 모여 침통한 표정으로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4시 30분, 22일 오후 4시 30분, 23일 밤 11시 30분, 24일 밤 11시 30분.
4차례나 협상이 연장되면서 굳어있던 가족들의 표정은 간간이 풀어졌다. 하지만 시시각각 돌변하는 협상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희비가 교차했다.
가족들은 긴장과 불면으로 지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왔고 초조하게 석방 소식을 기다렸다. 협상 시간이 다가올수록 차 대표는 담배 태우는 시간이 잦아졌다.
탈레반 측의 요구조건도 '아프간 파병 한국군 철군'에서 '죄수-인질 맞교환', '몸값요구'등 자주 돌변했다. 피랍자들의 소식도 '일부 피랍자 건강 이상'에서부터 '8명 우선 석방'에 이르기까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했다.
가족들은 "확인되지 않은 외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또 "협상 연장이 계속되는 것은 협상에 진전이 있다는 방증"이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기도 했다.
24일 빌딩 계단에서 마주친 한 피랍자 가족은 아버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 걱정 마시라"며 "곧 풀려날 겁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의 입에선 진한 술냄새가 났다.
피 마르는 기다림 언제 끝날지
일주일 동안 가족들을 괴롭힌 것은 피붙이를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만은 아니었다. 네티즌들의 악플도 그들을 괴롭혔다. 네티즌들은 기독교의 선교활동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며 피랍자들을 모질게 몰아부쳤다.
가족들은 이같은 네티즌들의 악플에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또 그런 네티즌들의 입장이 외신에 실려 피랍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을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들은 애초 이번 봉사활동이 선교로 오해받을까봐 여러 차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해왔다. 24일에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었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피랍된 23명은 우리 가족의 형제이자 사랑하는 딸·아들입니다.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한국인 인질 1명 피살' 외신까지 보도된 지금에도 일부 네티즌들의 원색적인 비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교부의 '1명 희생' 공식 확인... 오보이기를"
26일 새벽 3시, 피랍자 중 8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그게 사실인지, 피살자가 1명 있다는데 맞는 말인지 가족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차 위원장은 "아직 확인받은 바가 없어 무사하기만 기원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외신보도에 가족들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어 외신은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피랍자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공식 확인했지만, 가족들은 아직도 그 소식만큼은 오보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혹한 기다림. 지금 그 기다림은 끊어질 듯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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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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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바짝 피마르는 피랍자 가족들, 3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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