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갈아내 유기질 땅을 만들어내는 싱싱한 지렁이, 만약 제초제를 치면 즉시 몰살을 당한다.윤희경
동안, 이 사람 저 사람 농사를 지으며 비료 농약 제초제를 마구잡이로 사용해 흙은 척박해지고, 유기물을 공급해야 할 지렁이나 굼벵이가 몰살을 당한 지 오래되었다 했다. 흙은 산성화되어 몸살을 앓고 병이 깊다 했다. 그랬다. 땅 속은 단물이 다 빠져 삭아 버리고 땅덩이는 굳어버린 것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왔다.
농한기마다 환경 친화형 유기농업 교육도 받고 참고서적을 읽으며 '땅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는 원초적인 결론과 해답을 얻어냈다. 또 제초제에는 다이옥신 원료가 포함, 과도하게 남용했을 때 사람은 물론 흙에도 치명적인 해가 돌아온다는 사실과 한 번만 사용해도 흙을 되살려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흙을 살려야 했다. 흙이 먹고 살 유기질 비료가 필요했다. 소나타 승용차를 팔아 농촌형 세레스 덤프로 바꾸었다. 승차감은 형편없어 궁둥이가 튀어 올랐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쌀겨, 깻묵, 톱밥, 음식물찌꺼기, 가축배설물, 볏 집 부스러기들을 모아 야적장에 쌓았다. 가랑잎과 부엽토를 긁어다 훌훌 섞었다. 인분을 퍼붓고 보온 덮개를 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