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7일 <오마이뉴스>가 마련한 방담에 초대돼 지난 1년여 간의 힘겨웠던 투쟁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문정우 전 편집장, 사회자 최광기씨, 주진우 윤무영 기자.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라 운명 좌우할 대기업 감시할 수 있도록"
그런데 세상은 너무 조용하다. 이튿날 조중동엔 기사 한줄 나지 않았다. MBC SBS 역시 다루지 않았다. 대신 지면마다 청와대의 기자실 통폐합 문제에 대해선 목소리가 높다. 중앙일보는 '기자를 모두 없애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기자실은 정부 감시 위해 국민들이 만들어준 공간"이라며 "대못질" 말라 한다. 그럼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는? 그 때문에 기자 전원이 사표를 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사실보도조차 외면하는 자신들에 대해선 뭐라 합리화할까.
암튼, 이 점잖은 세태에 소동이 필요했다. <오마이뉴스>가 급한대로 '생중계 방담'이라도 꾸려보자고 지난밤 '자정 결의'한 것은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댓글이 시끄러웠다. 18년 독립언론 시사저널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장례식을 이렇게 조용히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눈물이 쏟아져 기자회견장에는 가지도 못했다는 최광기씨가 초치기 섭외에도 응해주었고, 시사저널 파업이 낳은 퀴즈영웅 고재열 기자가 캐스팅 담당이 되어 새매체 창간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문정우 전 편집장과 단식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김은남 기자, 안은주, 주진우, 윤무영 기자를 불러냈다.
웃다 울다, 웃음과 눈물이 범벅된 방담이었다. 결별기자회견장에선 여기자들이 눈물바람을 했는데 이날은 남기자들의 누선이 터졌다.
윤무영 기자는 IMF 때 사주는 해외로 도망하고 1년 8개월 동안 월급도 받지 못하고 시사저널을 지키고 있을 때 선배들의 도움으로 동티모르 해외 출장을 갔던 일을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늘상 '웃자주의'를 표방한 고재열 기자는 회사가 동원한 용역 깡패와 몸싸움 끝에 와이셔츠마다 단추가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며 어제 회견장에 나올 때 입은 와이셔츠도 단추가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고 말하는 순간,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제는 새매체를 만들면 단추 떨어질 일 없겠다"며 다시 웃어보였다.
이날 시사저널 기자들이 내린 결론은 "독자가 힘"이다! 심상기 시사저널 회장 집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동안 심 회장은 "피신을 간 건지 피서를 간 건지" 얼굴 한번 볼 수 없었지만 지방에서 한 독자는 단식자들에게 시원한 물을 먹이기 위해 약수를 얼려왔고 24시간 농성장을 함께 지켜주었다고 한다. 초보 노조라 구호도 못만들고 쟁의기금도 없이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투쟁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배웠다.
오마이뉴스 게시판에는 "시사저널 기자들을 현장으로 보내자"며 갖가지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시사저널 22명의 기자가 창간할 새매체 정기구독자를 자청하는 이들, 오마이뉴스 원고료를 후원통장으로 이체해 달라는 요청, 새 매체 창간 후원금 계좌(국민은행 832102-04-095740, 예금주 유옥경)를 퍼나르며 1만원씩 송금하자는 시민기자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