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입맛 다실 게 없던 시절에는 훌륭한 주전부리 감이었지만 지금처럼 먹을 게 넘쳐나는 시절에는 그저 향수나 느끼게 해줄 뿐인 '오디', 먹으면 입 가에 꺼멓게 오디물이 든답니다.이승숙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나는 불안해!
"여보, 오늘 택배 오면 잘 받아 둬."
출근 준비를 하며 남편이 제게 이르는 말입니다.
"무슨 물건 또 샀어? 뭐 샀는데?"
내가 묻는 말엔 대답을 안 하고 남편은 옷만 챙겨 입습니다.
우리 남편은 인터넷으로 물건 사는 걸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온갖 것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삽니다. 카드대금 용지가 날아와서 훑어보면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 대금이 안 날아오는 달이 없습니다.
물론 비싼 건 없습니다. 다 고만고만한 물건들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저는 은근히 긴장합니다. '저 사람, 또 뭘 사려고 저러지?'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택배 기사가 물건을 두고 갔네요. 별로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 상자가 하나 현관문 앞에 놓여 있네요. 궁금할 거도 없습니다. 또 그렇고 그런 자질구레한 연장 나부랭이들을 샀겠지요. 그래서 남편이 와서 뜯어보도록 그냥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