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바위처럼'을 합창하더군요. 바위처럼 아시죠? 언제나 불러도 숙연해지는 그 노래 말입니다. 이어 그들은 아빠·엄마를 기자님들로 바꾸어 '힘내세요'를 최대한 아이답게 앙증맞게 부르려 애를 씁디다. 저는 다 듣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죠.시사저널 노조
그들이 우리에게 준 뜻밖의 선물은 더 있었습니다. 레바논에 체류하며 박노해 시인이 썼다는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고뇌의 레바논과 희망의 헤즈볼라> 책을 기자 수 만큼인 23개를 들고 왔습니다. 레바논과 대한민국의 북아현동이라?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지만, 책 제목은 주인이 귀가하지 않아 정적이 감도는 그 집과 잘 어울렸습니다. 박노해 시인이 뭐라고 기자들에게 썼는지 궁금하시죠?
"金權보다 강하리라 우리들의 펜! 2007.6.21 힘내세요 박노해'
이 책에는 나눔 문화(www.nanum.com)의 정체성을 이렇게 써놓았더군요.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산다는 대안 삶의 비전 제시와 평화 나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민가협 어머니들과 나눔문화 대학생들은 봉투도 내밀었습니다. 경제활동에서 한참 비껴나 있는 그들이 업을 파한 이들에게, 없는 자가 없는 자에게 건네는 천금 같은 그 것에 저희는 어찌해야할지 몰라 한참을 허둥거렸습니다.
변함없는 원군 언론노조 김성근 실장과 안동운 실장, 김세희 노무사, 이기범씨도 12시 무렵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동행자가 있었습니다. 스포츠조선 지부장인 송철웅씨였는데, 그는 목조주택을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었고 지금의 생업이기도 했습니다. 징계해고된 지 3년 6개월된 노동자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뭘 했는지 아세요? 합판과 각목 몇 개를 들고 와 단식자들이 발 디딜 수 있는 팔레트를 그야말로 순식간에 만들어주었습니다. 아! 그를 배웅하면서 뭐라고 말해야할 지 더듬거렸습니다.
역시 시사모 분들도 오셨지요. 저는 환희군만 보았습니다. 그는 '이크 비가 오는구나'는 글을 오기 전에 시사모 게시판에 남겼더군요.
북아현동 농성장은 이처럼 우리의 누선을 자극하는 곳이었습니다.
21일은 단식 4일째였습니다.
끝이 보입니다.
그 끝에서 바위처럼 헤쳐 나갈 것입니다.
2007년 6월 21일 시사저널 장영희 기자
덧붙이는 글 |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www.sisalo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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