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대 이진경 교수이정환
이날 이진경은 '87년 6월 항쟁 이후 한국사회와 사상의 변화'란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박정희 체제 이래 한국의 다양한 정치적 세력들을 분할하고 결집시키던 적대 구도는 이른바 '민주-반민주'의 대립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런 대립 구도는 87년 이후, 혹은 더 뒤로 잡아도 양 김씨의 집권 이후에는 유효성이 소실됐다"고 전제했다.
이진경은 현재 유효한 전선으로 '다수자-소수자'를 꼽고, 이같은 변화가 특히 노동계에서 두드러진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진경의 다수자 개념은 '많은 숫자'가 아니라 "정규적인 일자리를 갖고 높은 임금을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등 확보한 이득이나 이권이 많은 주류(major) 노동자"이며, 소수자는 "낮은 임금, 불안정한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소수적인(minor)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그는 "이같은 분할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 운동 자체도 경제적 양극화의 선을 따라 분할되며 양극화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다수자-소수자 대립이 점점 더 많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그 대립 양상 역시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같은 대립이 현재 한국 사회를 양분하는 주요 모순으로 자리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진경은 노무현의 아이러니를 "집권 기간 내내 진보적이라고 할 만한 어떤 개혁도 이뤄낸 것이 없으면서도 자신을 '진보'라고 믿는 것,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진보적이라고 믿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실제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유효하게 실행된 정책은 모두 진보진영에 반하는 '보수적' 정책 일색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새만금이나 천성산 문제를 뒤집은 것", "국가보안법처럼 거의 다 죽은 악법조차 의회에 과반수를 갖고서도 폐지하지 못한 것", "스스로 공언하던 아파트 원가 공개 포기",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이라크 파병", "한미FTA를 미친 '곤조'로 밀어붙임으로써, 보수 언론이나 보수 정치인으로부터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 받은 것" 등을 이진경은 보수적 정책의 예로 들었다.
그리고 이진경은 "노무현 자신이 선택한 정책이 그렇지 않은데도 스스로를 진보라고 믿는 이유는, 노무현이 서 있는 곳이 예전과 같은 곳 그대로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독재정권과 투쟁하던 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싸우던 곳에 그대로 서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