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주 교수이정환
춤꾼 이애주가 다시 당신 앞에 선다. 오는 9일 열리는 민주주의 시민축제 서울 지역 행사를 통해, 4년 만에 '6월 광장'에 돌아온다.
6월 항쟁 20년인 만큼, 대규모로 벌어지는 '신명판'이다. 남대문 광장에서 6·10을 상징하는 610명의 풍물패와 함께 하는 길놀이가 시작이다. 6·10 해방북춤은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어지고, 이애주 춤 공연단 80명과 풍물패 100명이 등장한다. 그리고 한바탕 대동춤까지, 이애주 교수는 함께 걷고 노래하고 춤출 예정이다. 주제는 상생 평화다.
- 2003년 공연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진혼굿이 주였다면, 이번에는 상생과 평화가 주제니까. 6월 희생자뿐 아니라, 역사 속에 산화해 간 분들의 영령을 불러요. 그리고 우리 자신까지도 포함해 예를 올려요. 넋과 혼을 아주 크게 풀어주는 거죠. 나쁜 것은 다 떨쳐 버리고, 밀어 버리고. 모두 소리치면서 노래하고 걷고 뛰는 활기찬 '상생', 그것이 곧 평화라는 거죠."
'상생'. 정치권을 통해 자주 듣게 되는 단어다. 하지만 증산도에서 처음 썼다고 하는 '상생'이란 용어에는 단서가 붙어있다. '해원상생(解怨相生)'이다. '너만 살지 말고, 나만 살지 말고, 함께 살자'면 먼저 원한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데 '너'의 한을 풀어줄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 같은데, 자꾸 '상생의 정치'란다. 이애주 교수의 '상생 평화'란 주제에 다소 심술이 난 이유다.
"승무에서 '승(僧)'은 종교적 차원을 넘어 온 중생, 모든 사람을 의미해요. 승무 역시 모든 사람들의 몸짓이란 거죠. 길닦음춤에서 베를 가르고 지나가죠? 길이 '도(道)'고, 닦을 '수(修)'잖아요. 수도(修道)더라구. 춤은 수행이구나, 몸 수행하면서 정신 수행하는 거구나.
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걸음이죠. 하지만 우리가 전진만 하느냐, 물러서기도 하죠. 전진만으로 역사가 되나요? 전진하면서 물러서고, 물러서면서 전진하고…. 결국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죠. 삼진삼퇴(三進三退)란 춤사위가 있어요. 이게 사실은 삶의 원리고, 역사의 원리죠."
괜한 심술이었다. 춤은 '삶(生)'과 다르지 않다는 철학, 게다가 이 교수의 춤에는 한을 풀어내는 해원(解怨)까지 있지 않은가. 그만 '물러서려 하는데' "육십갑자나 삼진삼퇴나 똑같다"는, "회갑도 그렇다"는 이야기로 번지면서, 이 교수는 벌떡 일어나 직접 춤까지 시연한다. 일단 끊어야 했다.
- (이애주 교수는 1947년생이다) 교수님, 올해 회갑 아니세요?
"나이는 묻지 마요(웃음)."
1987년 6월 26일
꼭 20년 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교수의 춤을 '눈물'로 기억하고 있다. 2002년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에 어느 독자는 '잊지 못할 연세대에서의 춤!'이란 제목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추던 춤을 눈물로 기억한다"고 적었고, 또 다른 독자 역시 "이름 없는 노동자로 선생님의 춤을 보면서 많이도 울었다"며 안부를 전했다.
물론 슬픔의 눈물만은 아닐 것이다. 이 교수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6·26 평화대행진 서울대 출정식에서 '바람맞이'를 마치고 말이다. 발바닥의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그날, 이 교수는 TV 화면을 통해 느꼈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들 거리로 나갔어요. 난 못 나갔지. 잘 걷지 못하니까, 부축을 받아 겨우 집에 돌아갔는데. TV를 보면서 약을 바르고 있었어요. 마침 뉴스가 나와요. 시청 앞도 나오고 명동 앞도 나와요. 전국에서 함성을 지르고 최루탄 터지는 그런 뉴스가 막 나오는데…. 눈물이 '주르륵' 막 나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