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씨는 이러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기름값도 안 되지만 일부러 서울까지 달려와 생쓰레기를 수거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권민희
운동은 반상회를 통해서 시작됐다. 이 곳에서 환경운동단체 에코붓다 측이 '빈 그릇 운동'을 소개하고 교육했던 것.
이번에 박양심씨와 부녀회원들은 한재호씨를 만나기 위해 직접 강화도를 찾았다. 마침 한재호씨 밭 인근에 대안중학교인 마리학교에서 개교기념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한씨는 이 학교에서 농사와 목공·울력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다.
한재호씨는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농민 입장에서 정확히 생쓰레기만 말려주면 그만한 퇴비 거리가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생 쓰레기는 겨우 한씨의 텃밭에 거름이 되는 수준이다. 서울을 오가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 하지만 강화에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에 배출양이 많아질수록 생쓰레기가 잘 쓰일 수 있다고 한씨는 강조했다.
"농사짓는 입장에서 저는 생쓰레기를 쓰레기라고 보지 않아요. 이것은 음식 자원이에요. 적당히 먹고 남은 찌꺼기를 다시 음식을 생산할 수 있는데 활용할 수 있잖아요. 지금도 북한에는 굶고 있는 애들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버리고 있어요."
그는 생쓰레기를 완전히 말려달라고 당부했다. 쓰레기를 덜 말리면 옮기는 과정에서 무게도 늘어나고 쉽게 부패해 악취가 나서, 동네 주민들이 반기지 않는단다.
이 때문에 일부러 아파트의 생쓰레기를 가져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몇 번 덜 마른 포대가 있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고쳐지지 않아서란다. 한씨는 "약속을 했으면 꼭 지켜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한재호씨는 음식물 퇴비화를 이야기하며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했던 부녀회원들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만남을 통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확신을 얻은 듯 했다.
도-농, 주민-NGO-관공서가 뭉치니 "일 되네"
이번 운동에서는 대부분 가정주부인 부녀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단지 내 방송을 하거나 통합 반상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 홍보를 담당하고, NGO단체인 에코붓다는 주민교육과 수거해갈 농민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구청은 현수막과 생 쓰레기 수거용 마대 포대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주민과 관공서, 도시와 농촌, NGO단체와 일반 시민간의 유기적인 결합을 일구어내는 시도가 주목할 만하다.
에코붓다 이성미씨는 "아파트 부녀회원들과 통반장들이 교육을 받고 의식이 바뀌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놀라운 성과"라고 말한다.
양천구 최병호 팀장은 "관내에서 빈 그릇 운동과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이 함께 시도되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라며 "이 곳의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구청의 음식물 수거시스템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현재는 조리 후 찌꺼기까지 모두 한꺼번에 수거해 가는 체계인데 앞으로는 음식물쓰레기도 조리 전과 후로 이원화해서 수거하는 체제로 바뀔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사례들이 수집되어야 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책으로 발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생 쓰레기가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들에게 연결되고 농민들은 이렇게 생산한 농산물을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직거래 한다면, 훌륭한 도농 공동체 첫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