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최근 급격하게 보수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균형을 위해 그동안 축적한 구성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다. 나아가 개발 독재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수구 보수 세력의 위선과 이중성을 밝히겠다."
최근 '창조한국 미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연대'의 통합 선언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970년 긴급조치 세대부터 1987년 6월 항쟁시기까지 학생 운동가 출신 인사 3천여 명이 망라된 '7080 민주화 학생운동 연대'가 20일 정식 출범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대회가 열렸으며, 이 자리에는 박석운 초대 회장(민중연대 위원장)이 한미FTA 반대 불법시위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박석운 회장은 대독 메시지를 통해 "과거 민주화운동 세력이 없었다면, 승리의 과정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수십 년 지연됐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박 회장은 "하지만, 엄혹한 시절의 치열했던 투쟁은 산산이 흩어져 추억처럼 여겨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함께 어깨 걸고 묻혀 있는 역사의 기록을 되살려보자"고 전했다.
오충일 국정원 진실규명위 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요즘 학생들이 6월 항쟁을 잘 모르고 까마득한 역사로 여기는 딱한 세상이 됐다. 이야기를 전해 주지 않은,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우리 책임"이라면서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우리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다시 사업을 일으킨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익 동아투위 위원장은 대선을 겨냥한 강경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그는 "우리가 너무 일찍 운동을 방기 했고, 일상의 안일로 매몰됐다"면서 "수구 세력 발호를 방치한 책임을 우리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수구 반통일 세력인 유신 잔당들이 역사 전면에 나선다면, 과거 우리 희생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도록 놔두지 말자"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이 나란히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김근태 전 의장은 사회자의 '촌철살인 축사' 부탁에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다시 일어나서 2007년 12월에 정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짤막하게 축사를 대신했다.
"김근태 선배가 짧게 했으니까 그 몫만큼 하겠다"는 말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정동영 전 의장은 "온 국민이 한 때 민주화운동 인사를 존경했고, 빚을 졌다는 심정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의장은 "이는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것으로 증명된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존경과 경외가 비난으로 바뀌었고, 민주화운동 세력은 무능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 전 의장은 "우리에게 군화발을 들이댔던 세력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하면 민주화운동 세력의 노력과 희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서 있다"며 "비본질적인 '다름'이 아닌 통합을 얘기할 때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둔 통합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고, 내가 갖고 있는 작은 기득권은 언제나 주저 없이 던져 버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