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마지기에서 무학산 정상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연분홍 꽃물이 들었다.김연옥
모교인 마산여중에서 무학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진달래가 많다. 그런데 그날 기대와 달리 진달래꽃들이 속절없이 거의 다 떨어져 버렸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지 않고 그렇게 잠시 피고 지다니 아쉽기만 하다. 문득 우리의 젊음과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던 시절, 명동에 있던 가톨릭 기숙사에서 2년 동안 살았다. 이따금 기숙사 방의 흐릿한 창문으로 올려다보던 서울의 잿빛 하늘이 유난히도 내 마음을 스산하게 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좋은 연극을 접하면서 내 삶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수준 높은 오페라나 이름난 음악 공연을 찾는 것으로 대학생으로서의 사치를 한껏 즐겼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 마음 밑바닥에는 늘 슬픔이 차 있었지만, 어쩌면 자유를 만끽하고 낭만을 즐겼던 그때야말로 내 삶에서 화려한 봄날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