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더운 날씨로 인하여 목련이며 벚꽃이 이미 3월 말에 다 져버린 남도의 땅에서 진달래를 만난 건 신기한 일이다.서종규
여수의 영취산에 핀 진달래처럼 온 산을 가득 뒤덮은 진달래는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진달래꽃들이 바위 틈틈이 자라 분홍빛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위를 딛다 보면 어느새 발밑에 진달래꽃 송이들이 흔들거렸다. 김소월이 노래하던 '사뿐히 즈려 밟고' 가는 진달래는 아니지만 바위를 디딜 때마다 발밑에 피어서 흔들거리고 있는 진달래꽃은 우리를 아련한 시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 옛날 다산이 <목민심서>에서 임금의 권력도 백성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걸었던 그 길이었을까? 다산이 책을 쓰다가 백련사 넘어가는 길뿐만 아니라 그리 높지 않은 이 만덕산 능선을 걸어갔을까? 걸어가면서 바위틈에 핀 진달래를 사뿐히 즈려 밟고 산책을 했을까?
우리는 점점이 이어진 바위틈의 진달래들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바위 능선을 산행은 뜻밖의 즐거움이었다. 능선 산행이라는 것이 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고, 또 다른 봉우리를 넘으면 또다시 봉우리가 나타나는 것이 묘미이다. 더구나 바위 틈틈이 피어있는 진달래꽃들로 우리는 다산초당 가는 길의 즐거움을 새롭게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