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업체에서 광고 중인 '성장기용 조제식'과 '조제분유'의 디자인이 대부분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매일유업·남양유업
'조제분유'와 '성장기용 조제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보통은 분유 속 유당 함량의 차이로 이를 구분하는데 '유성분' 함량이 60% 이상이면 '조제분유'로, 60% 이하이면 '성장기용 조제식'으로 분류하게 된다.
분유 속 유당 함량은 매우 중요하다. 유당이 모유의 탄수화물 성분과 같아 유아의 두뇌발달과 칼슘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당 성분이 60% 이하인 '성장기용 조제식'의 경우 이유기 이후 아기의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영양 보충식'으로 권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월령에 미치지 못하거나 다른 이유식으로 영양섭취를 하지 않는 아기가 식사대용으로 '성장기용 조제식'을 섭취할 경우 영양의 불균형을, 이유식을 하면서 성장기용 조제식을 함께 섭취할 경우 열량 과다로 인한 조기 비만의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광고만을 믿고 분유통을 집어들었다가는 오히려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피해에 대해 환경정의시민연대의 한 관계자는 "광고 금지 이후 성장기용 조제식 광고의 문제점에 대해 자료수집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성장기용 조제식' 광고의 몇 가지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너무 어린 월령의 아기가 등장해 광고에 등장하는 아기에 해당하는 월령의 아기가 먹을 수 있는 '분유'로 오해하기 쉽다 ▲제품의 이름은 다르지만 조제분유와 조제식이 같은 디자인, 같은 색으로 되어 있어 구매시 구분이 어렵다.
▲기능과 성분 유형이 다른 상품인 조제분유와 조제식을 1단계부터 4단계의 시리즈로 연결, 소비자의 잘못된 구매를 유도한다 ▲광고 속에 소비자가 필요한 정보 즉, 성장기용 조제식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예를 들어 매일유업에서 광고하는 성장기용 조제식 '앱솔루트 궁-초유의 비밀 3, 4'는 6개월 이하용 조제분유 '프리미엄 궁-초유의 사랑 1, 2'와 한 묶음이고 통일된 분유통 디자인을 사용한다.
남양유업 조제식 '아이엠마더'와 조제분유 '엑스트라 셀렉션'도 시리즈로 묶여있고 이름만 다를 뿐 분유통 디자인이 같다. 파스퇴르유업 조제식 '다이아몬드 그랑노블' 역시 조제분유 '에메랄드 프리미엄'과 제품 디자인을 맞췄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여성모임인 '다음세상지킴이'는 이런 문제점들이 지속된다면 모니터링과 사례수집, 여론 등을 모아 조만간 해당 분유회사를 상대로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시정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 아이에게 먹일 분유"라면, 제대로 광고하라
대부분 분유회사의 기업 모토는 비슷하다. 아기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아기에게 좋은 분유와 식품을 만들어 먹이겠다는 것이다. 아기와 엄마를 최대한 사랑하고 아껴야 할 분유회사가 수십억을 들여 만든 광고에, 환상과 혼란만 있고 정작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면 이는 무책임을 떠나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지적을 당해 마땅한 일이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의견을 듣기 위해 각 분유회사 홍보실에 여러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만 여기저기로 돌려줄 뿐 분유회사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내가 먹고 자라고 내 아이들이 먹고 자란 국민기업이라는 분유회사.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키워내는 기업에 좀 더 큰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까?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