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변 진달래조명자
봄바람에 짙은 녹색으로 출렁이는 섬진강이 햇살에 부서져 눈부시다. 섬진강가를 휘어드는 강변도로가 그리워 일부러 곡성으로 향하는 국도를 타다 보니 철길 위 야산에는 벌써 진분홍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압록, 구례를 향해 달리던 외줄기 섬진강 폭이 갑자기 넓어지는 곳이다.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남사면 쪽으로 길을 틀었다. 주도로인 북쪽 길 보다는 훨씬 한적한 길이라 강 구경, 꽃 구경하며 주유천하 하기엔 그쪽 길이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매실 꽃 구경보다 사람 구경
따끈따끈한 봄 햇살에 달구어진 남사면. 강가를 따라 수도 없이 늘어선 매실 밭은 이미 누리끼리하게 시들어버린 매화가 볼품없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매화도 지고, 산수유도 지고. 바야흐로 국도 양옆에 있는 벚꽃 길만이 분홍 꽃망울이 여명처럼 달궈오는 풍경으로 개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매년 매화축제를 찾아 남도 순례길에 나선 친구들 안내하느라 다압면 매실 마을은 빠짐없이 찾았는데 그때마다 장터를 방불케 하는 '청매실 농원'은 늘 나를 실망시켰다. 신문이나 방송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는 청매실 농원과 홍쌍리 아주머니. 마음먹고 매화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다.
그러나 밀려드는 관광객을 위해 매실나무를 베고 거대한 주차장을 조성한 것 하며, 흙먼지 뽀얗게 피우는 인파 속에 밀리다 보면 매화 향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사람 밀쳐가며 간신히 매화꽃 아래서 몇 컷 찍고 나서 어마어마하게 늘어선 장독대 배경으로 또 기념사진. 곳곳에 진치고 늘어선 상인들이 내미는 매실 제품 몇 개 고르면 꿈에 그리던 꽃구경이 얼떨결에 끝나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