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오마이TV 김도균
청와대서 나온 후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그는 지난 2005년 5월에 청와대서 나왔다).
"원래대로 돌아온 거죠. 그동안 실업자 아니면 비정규직이었는데…. 사실 청와대 비서관도 비정규직이에요. 보통 권력을 벗어나게 되면, 권력 금단현상에 빠진데요. 거기 있을 때 권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난 금단증세가 없는데….(웃음)"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에겐 청와대 비서관이 그나마 번듯한 직장(?)이었다. 그것도 가장 오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공직생활 마지막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른바 '행담도 사건'으로 물러난 후, 재판까지 받아야 했다. 지난해 1심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재판으로 그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200여차례가 넘는 강연과 토론에 참석했다. 주말을 빼면 거의 매일 한미FTA의 실체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왜 그토록 한미FTA를 반대할까. 간단했다. 한미FTA 목적 자체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상대 나라의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까지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FTA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한국보다 17배나 큰 시장 접근이 한국기업에 이익되는 것은 없을까. 그의 답은 분명하다.
"2천만원짜리 소나타, 1년에 5만원 떨어진다고 바꿔 타겠나"
"시장을 연다는 것은 관세인하와 비관세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시장이 거의 개방된 상태다. 전기재료와 반도체 등은 이미 무관세다. 섬유쪽은 우리 요구사항인 원사기준 완화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결국 관세부분에서 우리가 이득 볼 것이 거의 없다. 이것은 산업전문가나 업계에서 다 아는 것이다."
그는 핵심쟁점 중 하나인 자동차의 예를 들었다. 미국의 수입 완성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는 2.5%다. 우리나라는 8%다. 한국쪽은 미국의 즉시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10년 내 철폐로 버티고 있다.
미국 주장대로 간다면, 2000만원짜리 소나타의 혜택은 1년에 5만원 떨어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왜냐면 10년에 걸쳐서 2.5% 관세를 없애는 것이므로, 매년 0.25%씩 떨어지게 되고, 2000만원짜리 자동차의 경우 1년에 5만원 정도 떨어지게 된다).
정 전 비서관은 반문한다. "아무리 우리보다 시장이 17배 크면 뭐하나. 관세 인하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격 폭이 있어야 하는데, 소나타 5만원 떨어진다고 캠리(일본차) 타다가 바꾸겠는가"라고….
'슈퍼301조'와 같은 미국의 비관세 장벽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 장벽을 허무는데도 실패했다. '이미 예상됐던 대로'라는 것이다. 정부가 성과라고 내세우는 무역구제심의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힘의 비대칭성'을 강조한다. "미국이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하면 우리에겐 큰 압력수단이 된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요구해서 만든 것은 얼마나 미국쪽을 설득해서 의견을 관철시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