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프래쳇, <순수고양이> 표지채움
우리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고양이 마니아들의 온라인 모임이 꾸려지는가 하면 고양이 전문 쇼핑몰과 고양이를 모델로 한 사진과 인형,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고양이 책이 나왔다. 영국에서 해리포터 다음 가는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판타지 장편 <디스크 월드>의 작가 테리 프래쳇이 쓴 <순수 고양이>가 그것이다.
<순수 고양이>는 고양이 육아법에 대한 지침서는 결코 아니다. 어떻게 해야 털이 좀더 부드러운 윤기를 띠며, 얌전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지, 배변 훈련은 어떻게 시키는지 이런 것에 대한 정보를 기대하고 <순수 고양이>를 펼친다면 큰 오산이다. 고양이 유행을 타고 만들어진 '애완 고양이'는 <순수 고양이>가 가장 배격하는, 의심스런 고양이다.
진정 고양이를 길러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법한 위트와 풍자로 '진짜 고양이'를 그린다. 그에 따르면 광고 카피에 따라 점잔빼는 표정을 짓는 고양이들은 '모욕적이며' '순도에 의심이' 가는 고양이다.
진짜 고양이라면 '여하튼 가장 값비싼 먹이로 다가가 스튜디오 바닥에 사발을 뒤집어 없고, 카메라맨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그런 다음에는 뉴스 해설자의 책상 뒤에 처박혀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말썽꾸러기 '진짜 고양이'와 사람과의 공생은 핑크빛인가? 테리 프래쳇은 마지막 장 '진짜 고양이의 미래'에서 다음과 같이 예언하고 있다.
가르릉거리는 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면 나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게'라는 의미다. (중략) 여러분은 진짜 고양이의 장점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진짜 고양이들은 여러분이 배신을 당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여러분의 인정을 받아갈 것이다.(168쪽)
진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괴수네>
한편 '괴수'라고 알려진 고양이를 사랑하며, 편견을 없애고, 진짜 고양이와 사람과의 행복한 동거를 위해 노력하는 온라인 모임이 있다. 바로 최교순(28)씨가 2001년 12월 26일 개설하여 현재 회원수 4만 9000여명에 달하는 애묘인들의 커뮤니티 괴수고양이(http://lovecat.cyworld.com)(이하 괴수네)다.
'불쌍한 냐옹이가 나오지 않게끔' 고양이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고, 고양이 입양과 탁묘(장기간 외출시 다른 애묘인에게 고양이를 맡기는 일), 보묘(기간이 긴 탁묘)활동을 벌이는 것이 괴수고양이 커뮤니티 활동의 목적이자 내용이다. 이들은 특히 산묘제한 캠페인과 입양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보고자 했던 것인데, 고양이에게 강제 출산을 시켜서 새끼 고양이를 팔아 이익을 챙기고, 무책임하게 생명을 버리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의식도 자연스럽게 싹텄다.
고양이 입양란에 "걔 얼마예요?", "OO원에 사왔어요"이런 글이 뜨면 이들은 순간 '열받는다.'
"우리는 마니아입니다. 용어에 민감하죠. 생명을 돈으로 환산하는 표현에는 '님, 개념은 어디로?'라는 답글을 달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판매가격'은 '입양비'나 '책임비'라고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괴수고양이의 부운영이자, '아키'라는 고양이의 엄마 최선영(22)씨가 하는 말이다. '미카엘'이라는 고양이의 엄마이자, 또다른 회원 이민환(26)씨는 "애완묘가 아니라 반려묘나 동거묘라고 부르고 있어요. 애완의 완이라는 글자는 장난감이라는 뜻이잖아요"라고 '친구 같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산묘제한은 고양이가 잦은 임신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재임신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새끼를 출산한지 1년 미만에 다시 임신을 하면 그건 마치 '미성년자가 임신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들은 고양이 출산을 2회까지만 허용하고, 1년 동안은 재출산을 하지 못하는 '산묘제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종있는 애들은, 사실 상업적 교배로 새끼 한 마리당 20만원 정도 받으니까요. 우리도 사람인데, 아무리 고양이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현금이 들어오면 욕심이 날 때가 있어요. 몇 번 팔면 100만원이 들어오니까. 그걸 너무 잘아니까. 그래서 더더욱 산묘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요."
입양에 관한 몇 가지 원칙, '고양이, 알고 키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