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소연
나는 왜 '합리적일 것 같은 보수'라고 하는가?
지사님, 지금 이 나라는 매우 혼란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애니콜이 상징하듯이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나라라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있는가 하면 일자리의 절반을 넘는 수가 한 달에 100만원 받기도 어려운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백배 양보해서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아무런 대책없는 농정에 절망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은 국가경쟁력의 위기를 넘어 이미 이 땅이 생존본능을 포기한, 인간이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는 곳이라는 징표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분단이라는 우리의 운명적인 조건은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남쪽도 북쪽도 모두 패배자가 될 것이 자명한 전쟁의 위협이 한반도 주변에 먹구름처럼 깔려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극단적이고 적대적인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현실의 어려움 못지 않게 불확실한 미래에 더욱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초래한 절반의 책임은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민중운동·시민사회운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지 않았다고 해서 과거의 낡은 기준을 붙들고 안주해 온 진보세력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특히 2004년 총선에서 희망을 보여 달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민주노동당의 책임은 어떤 변명으로도 면하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진보진영의 책임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보수·자유주의자에게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집권자유주의 세력의 책임을 거론할 수 있겠습니다만 오늘은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저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넘쳐날 정도로 하고 있기에 보수주의, 특히 지사님 같이 새로운 보수세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새로운 보수세력'이라는 표현을 하였는데 이 말은 '운동권출신'을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분단과 반공이데올로기를 무기 삼아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집단과는 구별되는, 굳이 다른 말로 하자면 '합리적일 것 같은 보수주의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왜 '합리적인 보수'가 아니라 '합리적일 것 같은 보수'라고 하느냐고 하신다면 아직 합리적 보수는 집단으로서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력으로서 이른바 '뉴라이트'가 있지만 제 기준으로는 그 세력을 '집단'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주장에 과거의 보수와는 다른 신선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과거의 수구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모습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왜 한국의 보수는 미국식 사회경제체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지요. 진보진영의 기준으로 보면 시장경제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첨예한 논쟁거리입니다만, 지사님도 알고 계시듯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시장경제체제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보수와 합리적일 것 같은 보수는 미국식 시장경제, 신자유주의만을 추종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 효율성, 주주자본주의는 빈곤의 양극화와 대물림, 극단적인 이윤추구, 공공성의 파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지요.
보수는 왜 내용도 없는 구호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습니까? 이미 한국경제는 고도성장기를 지나 저성장, 구조조정기에 진입해 있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열차페리가 과연 과거의 고도성장시대로 되돌아갈수 있는 정책입니까?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대로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성공한 정책, 일정 정도의 성장을 유지시키는 방안일 뿐입니다.
사회·경제정책에서 사실은 보수주의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자유주의 집권세력의 실패로 인한 반사이익을 이러한 무책임한 공약으로 집권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입니까? 또 다시 국민들만 고통스러운 희생을 겪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