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노트'의 표지교기연(敎基連)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5년 전인 2002년부터 계속 돼 왔다고 볼 수 있다. 바로 '마음의 노트'라는 책을 통해서다.
필자가 '마음의 노트'라는 정체불명의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아베 정권이 속전속결로 교육기본법 '개정'을 단행할 무렵의 일이었다. 이즈음, 시즈오카에 사는 재일조선인 친구에게 메일 한 통을 받게 됐다. 거기에는 교육기본법 '개악(改惡)'이 재일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짧은 만화 한편이 담겨있었다. 이 만화 속에 '마음의 노트'가 등장했다.
도덕 과목의 부교재인 '마음의 노트'가 일본 전국의 초중등학교에 배포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4월의 일이다. 초등학교 저·중·고학년용과 중학생용의 4종류로 나누어진 이 책자는 문부과학성(이하 '문과성')이 편집제작하고 4개의 민간출판사가 발행에 참가했다.
당초 문과성은 4년간 초등학교 저학년용부터 발행할 것을 계획해 1억9000만엔(한화 14억7096만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단기간에 8억6000엔(한화 66억5803만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해 4종류를 한꺼번에 발행한다. 책 제작에 깊이 관여한 곳은 '일본회의(日本됵땉)'로 현 정권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최대 극우단체다.
마음의 노트에는 저자명이나 발행처가 없다. 단지 '문부과학성'이라는 표기가 조그맣게 쓰여 있을 뿐이다.
교육 관련 사이트에서 중학생용 마음의 노트를 구할 수 있었다. 맑은 물속에 떨어지는 초록빛 잎사귀가 그려진 표지를 넘기자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뉜 목차가 나왔다. 크게 '자기 자신', '타인과의 관계,' '자연과 숭고한 것들과의 관계' 그리고 '집단과 사회와의 관계'로 나뉘어져 있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집단과의 관계를 다룬 4장으로 '향토를 더욱 사랑하자',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이 나라에 산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분명 교육기본법이 바뀌기 5년 전에 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애국심'과 '향토'를 강조하는 현 교육기본법과 맥이 닿아 있다.
'마음의 노트'는 발행 초부터 교육계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의 심리를 조작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게 된 것. 이들의 반대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사실상의 국정교과서다. 교육기본법 개정으로 교육 내용에까지 간섭할 법적 근거를 얻은 문부과학성이 정기적으로 사용여부와 횟수 등을 점검, 적극적인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심리학적인 수법을 이용해 아이들의 내면의 자유를 조작하려 한다. 아이들이 접하는 다양한 사회의 모순을 전부 아이들 내면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습득하게 될 위험이 있다. '내면의 악한 근성을 버리고 자신보다는 사회의 이익을 생각하라', '위대한 것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을 사랑하라', '자신의 나라(일본)를 사랑하고 국가를 위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등.
▲외국인 아동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애국심'을 가질 수 없는 아이들은 철저히 소외되어,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기게 된다.
아름답지 않은 과거는 가르쳐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