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6년 12월 6일자 3면 기사.
지난달 초 이른바 '빨치산 추종 보도'로 전북 임실 관촌중학교 재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일부 신문과 정치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통해 학생들을 '빨갱이'로 취급했다.
"전교조 교사, 중학생 180명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 참석" (<조선일보> 2006년 12월 6일자 기사 제목)
"전교조 소속 현직 교사가 중학생 180명을 빨치산 추모제에 참석시켰다고 한다. … 친북좌파 사상주입이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006년 12월 6일자 한나라당 논평)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눈에는 전교조만 보이나
@BRI@이처럼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권의 주장은 빼닮았다. 전교조 교사가 친북좌파 사상주입을 위해 시골 학교 중학생들을 동원했다는 게 핵심 뼈대다.
하지만 <조선> 등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전교조 교사의 '빨치산 추종 교육'으로 몰아붙인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과 다른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5월 28일 열린 '남녘통일열사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학생을 인솔한 교사는 6명이었다.
이들 인솔교사 가운데 전국교직원노조(아래 전교조) 소속은 사실상 단 한 명이었으며, 나머지 5명의 교사들은 모두 보수언론이 호의적인 보도태도를 보이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한국교총) 소속 교사(이 가운데 한 명은 전교조와 중복 가입)였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전화 인터뷰에 응한 관촌중 교사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 학교 교무부장, 연구부장, 학생생활부장 등 한국교총 소속 5명의 학교 간부급 교사들이 학생들을 인솔했다는 것이다. 이 교사들 가운데는 전북 임실지역 한국교총 사무국장을 맡은 이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관촌중의 한 교사는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전체 교사들 가운데 한국교총 교사들이 훨씬 많았는데 마치 전교조 소속 교사 한 명이 학생들을 인솔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돼 한편으로는 안심하는 교사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도 "그날 참석 교사 5명은 학교에서 중책을 맡은 한국교총 교사들"이라며 사실을 인정하면서 "<조선일보>가 왜 1년 반이나 지난 일을 보도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 기자 "나머지 교사가 교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선>은 지난해 12월 6일 "전교조 교사, 중학생 180명 데리고 '빨치산 추모제'"란 제목의 보도에서 "K중학교 도덕교사 김모(48)씨는 작년 5월 28∼29일 회문산에서 열린 빨치산 추모행사인 '남녘 통일애국열사 추모제'에 학생 180여명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쓴 <조선>의 박아무개 기자는 3일 전화통화에서 '그 당시 인솔 교사 가운데 한국교총 교사가 5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 "전교조 소속인 김형근 교사가 모든 것을 주도해서 그날 행사에 참가한 것이기 때문에 (동행한) 5명이 교총인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기자는 "현장에 내려가 모두 취재했고 기사에 보도된 내용이 모두 팩트"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김형근 교사는 "그날 행사를 내가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학생들이 자체 토론을 통해 산행 일정을 잡아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전교조 교사가 한 명이라도 참가하면 모두 전교조가 꾸민 일이란 논리는 언론의 공정성은 물론 정도에도 벗어난 일"이라면서 "이번 사태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이 전교조를 빨치산 교육이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기 위해 짜 맞추기 한 인상이 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