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강철환씨의 만남. 지난해 6월 부시 대통령은 '요덕스토리'로 유명한 강씨의 수기 <평양의 수족관>을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아 강씨를 백악관에 초청해 40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서울에서 '북한정권 붕괴 가능성과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를 토론하기 1주 전에 일본에서는 '2006년 북조선인권침해 계발주간'(12월 10-16일)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한기홍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북한 민주화 및 인권 전문가들이 초청되었다.
이번 북조선 인권주간에는 ▲북조선 민중의 구출을 목표로 내건 일본 내 반북 활동그룹인 RENK가 주최한 북조선 최근 동향 발표회 ▲북한 영상 상영과 심포지엄 ▲북한에 의한 국제적 납치의 실태와 해결책을 논하는 국제회의 ▲북한인권대사 회의 등이 열렸다. 한 대표는 '북한인권대사 회의'에 패널리스트로 참가해 최근 탈북자 실태와 북한인권문제 해결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매개로 한 국제연대는 이미 일본과 미국은 물론 유엔에서도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지난해 9월에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고발한 창작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미국 공연이 '디펜스포럼' 재단의 주도로 성황리에 성사되었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는 국내 NGO(비정부단체)의 국제연대 활동과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등 몇 가지 계기가 있었다.
이를 테면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 등 북한민주화·인권운동 단체들이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고 국제 NGO와의 연대활동을 강화해온 덕분이다.
그러나 북한민주화·인권운동에 불을 질러 국제사회의 일상적 연대를 가져온 결정적 요인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들, 그중에서도 '살아있는 증인'인 탈북자들, 특히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들이 '살아있는 증거'였다.
지난 2005년 6월 13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강제수용소 실태를 폭로한 강철환씨(당시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 기자)를 백악관으로 공식초청해 40분간 대화를 나누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부시는 '요덕스토리'로 유명한 강씨의 수기 <평양의 수족관>(The Aquariums of Pyongyang)을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아 강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문제보다는 인권문제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 40분간의 면담은 공교롭게도 부시가 미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지 사흘 뒤에 이뤄졌다. 그래서 부시가 강철환씨를 더 환대함으로써 노 대통령에게 '물을 먹였다'는 뒷얘기가 그럴 듯하게 전파되었다.
황장엽 전 비서는 당시 "세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대통령이 우리 강철환 동지를 만나주고 고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는 것은 우리 탈북자들의 자랑일 뿐 아니라 북한의 독재 통치 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2300만 동포들에게도 커다란 힘을 주는 사변이라고 생각한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부시는 2006년 4월에도 북한군 장교 출신의 탈북자 김성민씨(자유북한방송 대표)를 탈북자 김한미양 가족과 함께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났다. 김씨는 이후 지난 8월 부시 대통령 앞으로 e-메일을 보내 워싱턴에서 열리는 뮤지컬 <요덕스토리> 공연에 참석해줄 것과 황장엽 북한민주화동맹 위원장의 미국행이 이뤄지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대학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제사회의 변화된 흐름을 보여주는 위의 세 가지 장면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북한 붕괴론'이다. 그런 전망을 근거로 황장엽 전 비서가 대학생들에게 '반좌파세력의 대동단결'을 주문할 만큼 대학생들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전향 386그룹'이 '북한 관리' 방안을 토론하고,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수상한 시절'이 된 것이다.
물론 10년 전에도 북한 붕괴론은 '유행'처럼 퍼진 적이 있다. 그 당시 붕괴의 징후는 소련 및 동구권의 붕괴와 김일성 주석의 사망 그리고 식량난이었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북한을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고장난 비행기'에 비유했다. 그러나 당시의 붕괴론은 대분히 '희망' 섞인 전망이었음이 드러났다.
반면에 10년 만에 '부활'한 북한 붕괴론은 그 징후를 사회주의 시스템의 붕괴와 후계 체제의 미비 그리고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읽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북한민주화운동은 인간의 권리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임을 슬로건으로 내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같은 뉴라이트 계열의 북한민주화·인권운동 단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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