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 김낙영군과 함께. 왼쪽이 김낙영군.박세욱
오전 5시에 일어났다. 지도를 사야 하는데 서점이 문을 열지 않았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편의점에서 샀다고 한다. 주변 편의점 네다섯 군데를 뒤져 지도를 샀다.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10km 정도 달린 지점에서 사진기 삼각대를 역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되돌아갔지만 삼각대는 없었다. 분실물 센터에 문의했지만 역시 없다. 허탈….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하코다테에서 50km 정도 떨어진 모리까지 갈 생각이다.
그런데 내리막길이 나타났는데 속도가 너무 안 난다. 너무 힘들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일본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바람을 한 번도 안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넣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역시 힘들다.
너무 이상하고, 짜증이 나 자전거를 분해했다. 알고 봤더니 브레이크 패드가 바퀴에 붙어 있었다. 너무 화가 났다. 오늘 내내 이 상태로 자전거를 탄 것이었다. 오늘 이 시간까지 달린 거리 43.43km.
자전거를 고친 뒤 내리막길에서 일본에 도착한 이후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시속 72km. 차가 없는 직선 내리막길이라서 마음껏 달렸다. 자세를 바짝 낮춘 게 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오후 네 시에 모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삿포로에 빨리 가야 했다. 계속 내린 비 때문에 물에 잔뜩 여권을 맡기고 새로 발급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여권은 사진에 잉크가 번져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여권 발급 때문에 일정이 또 늦춰질 것 같다.
이날은 모리 근처 공원에 숙소를 정했다. 텐트를 치고 누웠는데, 새벽에 젊은이들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담배를 피는데, 내가 있는 것을 보고 손짓을 한다. 일단 무시했다. 무척 신경 쓰였다. 밖엔 비도 내리고 있는데.
[11일(금)] 90일 동안 3400km를 달리는 할아버지
달린 거리 110km. 구름이 잔뜩 낀 날씨. 모리->니세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