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을 시민들이 구입하고 있다.
이정민
5·18 진상규명과 진실과 정의 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는 5·18 기념재단에서는 현재 역사 왜곡과 폄훼에 대응하기 위한 T/F 팀까지 꾸려 활동 중이다. 이미 역사적 평가와 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인데도 북한군 개입설과 가짜 유공자 주장 등 5·18 관련 왜곡과 폄훼가 여전하다. 유튜브 등 SNS에서는 대세라고 할 만큼 광범위하다.
그릇된 주장을 반박하는 영상을 만들어 탑재하는가 하면,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을 일일이 찾아내 신고하지만 역부족이다. 역사적 진실엔 눈 감은 채 온갖 자극적인 내용으로 도배된 콘텐츠들이 자고 나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한 명의 도둑을 열 명의 경찰이 못 잡는 법인데, 분량으로 치면 한 명의 경찰이 열 명의 도둑을 쫓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은 입만 열면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외쳐댄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평가는 법정에서 다툴 게 아니라 후세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며 부르댄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근거들도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극우적 주장을 늘어놓는 유튜브가 다른 유튜브 속 주장의 근거가 되는, 말하자면 '돌려막기' 식 주장이다.
개중에는 전공자도 아닌 '듣보잡' 외국인을 등장시켜 그럴듯하게 다른 나라의 시각이라며 홍보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어차피 이름 뒤에 따라오는 직함이야 영어로 대충 만들면 그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게으른 구독자들에겐 잘 먹히는 방식이다.
지난 2011년, 5·18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을 때의 경험이다. 당시 광주에서 근무하는 역사 교사로서, 한창 5·18 사적지 답사를 인솔하고 현대사 강의를 다니고 있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마당이니, 이제 더 이상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극우 세력이 발붙이지 못할 거라고 주먹 불끈 쥐고 확언했었다.
섣부른 자만심이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효과는 채 한두 해를 넘기지 못했다. 답사객과 수강생 중에는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고, 유네스코의 위상과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황당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유네스코가 우리 역사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는 거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일상화했다. 정부는 방관을 넘어 조장을 일삼았고, 일부 정치인은 대놓고 역사적 평가와 법원의 판결을 부정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그들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유명세를 떨쳤고, 쏠쏠한 경제적 이익마저 챙겼다. 알다시피, 그들 중 일부는 현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꿰찼다.
이들의 질기고도 황당무계한 주장의 예봉을 꺾을 또 다른 '계기'가 절실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지정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것이어야 했다. 5·18 기념재단의 이른바 '각개 격파'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와 5·18 계기 교육에 정성을 다하던 교사들도 시나브로 지쳐갔다.
한강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