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中 활을 쏘는 이순신(김명민)의 모습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바꿔놓은 것은 나의 진로만이 아니었다. 활쏘기에 대해 당시 갖고 있던 내 편견도 완전히 깨버렸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활을 비겁한 무기라고 생각했다. 대신 적과 가까이 붙어서 멋지게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칼(검)이야말로 진정한 무기라고 여겼었다. 멀리서 화살로 적을 쏘아 맞히는 활은, 당시 내 어린 눈에 상당히 비겁해 보였던 모양이다. 게임 캐릭터를 설정할 때도 활을 든 궁수 캐릭터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러나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활쏘기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활을 쏘는 이순신의 모습에서 설렘을 느낀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이순신의 활은 단순한 살상 무기를 넘어, 청년 이순신의 성장을 이끌어 낸 도구이자 전란으로 고단해진 심신을 가다듬는 심신 수양의 도구로 묘사됐다. 자연스레 '영웅의 무기'인 활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2006~2007년 MBC에서 방영된 퓨전사극 <주몽>을 보면서 활쏘기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 주몽 역을 맡았던 송일국 배우는 신궁(神弓)으로 유명했던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국궁을 수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준 활쏘기 실력은 수준급이었는데, 눈을 감고도 백발백중하는 드라마적 연출까지 합쳐지니, 주몽이 활을 쏘는 장면만 나오면 나는 심장이 다 쿵쾅거릴 정도였다.
대학생 시절 처음 활을 배운 것도, 이후 10년 가까이 활을 내려놨다 서른이 넘어 다시 활을 잡게 된 것도, 바로 어릴 적 보았던 이순신과 주몽의 활쏘기를 이상향으로 늘 가슴에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