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하루에도 몇 번 오르내렸을 언덕. 열선이 깔려 있지 않아 눈이 오면 그대로 얼어 붙는다.
백세준
"겨울이면 집밖을 나가질 못해요. 선생님들도 여기 와봐서 알겠지만, 집까지 올라치면은 저... 저 밑에 언덕을 올라오는 것부터 힘드니까... 달동네잖아요."
그렇다. 우리도 차를 가지고 왔으나 가파른 언덕을 보고 이건 안 된다며, 한참 밑에다가 주차를 해두고 걸어 올라왔다. 올라오면서도 길이 미끄러워 서너 번 중심을 잃으며 걸었다. '블랙 아이스'를 육안으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길 양쪽에 간이 계단과 난간이 있지만, 계단도 눈이 녹지 않아 어림도 없다. 어르신은 오죽했을까.
외부로 밀려나는 주거취약계층
어디서 어떻게 사느냐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1년에 발표된 '노인의 주거환경 인식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보면, 노인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수록 우울도 함께 증가한다고 나타났다. 또한 주거환경이 안전한지, 편리한지 등에 따라서도 우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 연구뿐만 아니라 많은 논문에서도 주거환경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은 UN의 주거환경 개념에서도 드러난다. 단순히 집을 '내 공간'으로만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단위주택에 거주하는 가족 간의 생활과 주민들이 사회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종합적 환경"으로 물리적인 의미의 집이 아닌 사회적 개념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꺾이지 않는 부동산 신화로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부를 얻는 주요 수단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 좋은 집을 넘어 더 '비싼 집'에 대한 욕망이 디폴트 값이 되었고, 집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소위 돈이 없는 사람은 같은 도시 안에 살더라도 바깥으로, 외부로 밀려나는데 그것이 곧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와 연결된다. 즉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빈곤한 계층을 밀어내다 보니 달동네와 같은 이들만의 마을이 형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