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의 전경
안병철
화천리에 위치한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소를 보기 위해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니, 지금까지 봉화군에서 본 태양광 시설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발전소가 눈앞에 펼쳐졌다. 발전사업 시행사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전체 설비용량은 5.4MW으로, 100kW 23개소는 군민에게 분양 중이라고 한다.
화천리 군민 분양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당초 계획은 산지까지 사업 부지로 포함시키는 30MW 규모였으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산지는 대부분 생태자연도 2등급지이며, 식생보전Ⅲ, Ⅳ등급지가 약 68%로 생태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전가치가 높은 산림생태지역으로 분류되어 동식물 서식처 및 생태축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제척되었다.
"금번 계획으로 개발시 산림지역의 동·식물서식처 및 생태축 훼손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는 바, 사업지구 남·북서측 산지를 제척하고 평탄한 지형을 대상으로 사업 시행하여야 함."
산림을 훼손하고 태양광을 설치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규모가 줄었다.
태양광 발전소의 분양가는 100kW에 약 1.9억 원으로, 사업설명 당시 주민들에게 설명한 발전수익은 월 평균 200만 원이다. 분양 방식은 추첨으로 진행됐는데, 인근 산 그림자의 영향으로 발전소 위치에 따라 발전량에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봉화군민들이 태양 에너지를 수확하는 방법
봉화군이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크게 ▲군민 분양형 ▲협동조합형 ▲융·복합형 ▲마을단위' 네 가지로 구분된다. '군민 분양형'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태양광 발전 준공 물량의 60%를 봉화군민에게 분양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협동조합형'은 군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 유휴 국·공유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020년 6월에 설립된 봉화군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470명으로, 출자금은 약 14억 원에 달한다.
'융·복합형' 사업은 2종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를 국비 50%, 지방비 30%, 자부담 20%로 지원한다. 현재 국비 지원이 절반 가량 삭감돼 군에서 삭감분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을단위' 사업은 마을이 자체적으로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100kW 미만 태양광 발전사업을 신청하면, 군에서 설치비용의 90%는 융자로, 10%는 보조로 지원을 해준다. 현재 군내 2개 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각 마을 이장의 주도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공동기금으로만 사용하도록 정관을 만들어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군민 분양형' 사업은 에너지전환의 속도와 규모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수 있으나, 농지 축소, 산지 훼손 등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 마을 주민들과는 무관하게 어느정도 자산을 보유한 군민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수용성을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독일은 2012년 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전력은 망접속과 매입, 송·배전에서 우선권을 갖도록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우선접속에 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당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봉화군의 적덕2리 마을과 녹색에너지 협동조합 이야기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특별히 헌신한 사람들과 주도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이 어떻게 지역 에너지전환과 공동체 활성화를 이루어냈는지 보여준다. 또한, 녹색에너지 협동조합이 봉화군의 지원을 받아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사례는 지역의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관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지역 소멸위기·기후위기를 막는 동시에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해답은 주민 주도의 노력과 특별히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드는 민간연구소입니다. 내 삶과 가족, 이웃, 지구와 생명을 지키고 함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길 - 우정과 즐거움으로 잇는 녹색전환의 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http://www.igt.or.kr)
공유하기
"봉화의 햇빛·바람은 군민의 것" 이후 벌어진 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