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와 잘 어울리는 세 와인왼쪽부터 순서대로 알바리뇨, 소아베, 샤블리이다.
임승수
일단 몸값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다가 생산자들마저도 파밀리아 토레스, 피에로판, 루이 자도 등 이름값이 있어서 흥미로운 경쟁이 예상되었다. 심판으로 나선 아내와 나는 세 와인을 회에 곁들여 차례로 마시면서 소감을 나눴다.
일단 셋 모두 회와 아주 잘 어울렸다. 가벼운 바디감에 상큼한 신맛의 드라이 화이트와인이라는 공통된 특징은 해산물에 어울리는 와인의 필요조건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셋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해산물과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 승자와 패자를 가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아내가 세 와인을 차례차례 마시고 나눈 평가,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얻은 와인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파밀리아 토레스 파소 다스 브룩사스 알바리뇨 2019]
알바리뇨 품종 100%. 코에서는 스모키 향, 감귤 향 등이 제법 강하게 감지되고 입에서는 신선한 신맛과 더불어 기분 좋은 짠맛이 감지됨. 젊은 생명력이 느껴짐.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두 시간의 스킨 컨택(포도 껍질과 포도즙을 함께 숙성하는 것)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6일 동안 알코올 발효를 진행했다고 함. 그 외에 숙성 정보는 없음. 제조 방식을 살펴보니 이 와인의 원초적인 상큼발랄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음.
[피에로판 소아베 클라시코 2021]
가르가네가 품종 85%에 트레비아노 디 소아베 품종 15% 비율로 섞음. 앞선 알바리뇨가 에너지 넘치는 이십 대 초반 같다면 이 녀석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삼십 대 중반의 느낌. 섬세하고 세련되며 우아함. 맛과 향의 밸런스가 훌륭하며 잘 만든 작품 같음.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포도 줄기를 제거하고 과육 분쇄 후 유리로 코팅된 시멘트 탱크에서 프리런 주스(강제로 압력을 가해서 짜는 형태가 아닌 자체 무게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오는 과즙)를 발효한 후 3~8개월의 리숙성(효모앙금숙성)을 거친다고 함.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제조 공정에서 이 와인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한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었음.
[루이 자도 샤블리 2021]
샤르도네 품종 100%. 다소 부담스러운 오줌 빛깔(아내의 표현). 코에서는 시큼한 향이 깔린 은은한 삼나무 향이 매력적이고 입에서는 바닷물 느낌의 신선한 짠맛이 인상적.
공식 홈페이지의 정보에서는 과실 느낌과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및 숙성을 진행했다고 함. 하지만 나와 아내 모두 오크통 숙성 와인 특유의 바닐라 뉘앙스와 스모키 향을 감지함. 와인의 풍미를 풍부하고 두텁게 만들기 위해 오크통을 살짝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측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