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부자 아빠는 누군가에게 자랑이자 소망이지만, 가난한 아빠는 누군가에게 불편함이자 상처가 될 수 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의 제목이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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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한때 부자 되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행이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떠올랐다. 재테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로버트 기요사키가 저자다. 이 책은 부모들에게 부자부모로서의 생존법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富)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였을 터이다. 돈과 부자에 관한 생각과 행동, 그 차이가 누군가를 부자로 만들거나 가난한 이로 만든다는 저자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현실의 벽과 장애다. 기요사키의 말처럼 현금의 흐름과 시간과 사람을 관리하고, 보다 근본적인 두려움을 분석한다 해도 누구나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왜냐면 여기에는 필요충분조건과 복잡성이라는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해서 몇 개의 그럴듯한 공식으로 풀이하거나 이해할 수는 없다. 단순한 사칙연산에 시공간적 차원이 더해져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부자 부모가 되어 자식들에게 경제적 안정과 부를 물려주는 것은 부모들의 본능이자 희망이다. 어떤 부모는 강남의 아파트와 주식을 남겨주고, 또 다른 어떤 부모는 개발 예정지의 땅과 고액의 현금을 남겨주기도 했을 터이다. 원하는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적극재산(고인의 남은 재산 전부)은 고사하고 소극재산(빚으로 표현되는 채무 전부)만 잔뜩 물려주고 떠난 부모도 있을 것이다.
채무만 잔뜩 남기고 떠난 부모를, 자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왜 우리 부모는 이토록 가혹한 현실을 주었을까? 아니면 어떻게 살았기에 결국 마이너스인 인생을 살았을까? 부모의 빚은 그 자체도 부담이지만, 자식들의 성장과정에 어떤 식으로든지 생채기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부모의 부채 인생이 자식들의 생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자식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최근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을 듣다보니 상속에 관한 광고가 흘러갔다. 명배우 박인환씨가 출연하는 상속신탁에 관한 광고였다. OO은행의 유언대용신탁에 관한 이야기. 아마도 박인환씨가 몇 년 전 방영되었던 인기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 출연한 덕분일 것이다.
"우리 나이에는 재산을 물려주는 게 걱정이죠? 내 재산 내 뜻대로 상속하고 싶다면?"
상속 관련 신탁상품 광고 멘트를 듣는 이들의 머릿속에 서로 상반된 생각들이 교차하지 않을까?
"그래 바로 내 얘기야. 어차피 애들한테 물려줄 거. 지금 당장 OO은행에 한 번 알아볼까? 피같은 세금도 절약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무슨 쓸데없는 얘기를... 우리 노후에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어떻게 물려줄 것을 생각한다고 언감생심. 지들 인생은 지들이 알아서 해야지."
네 아이의 부모로서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자타가 부러워하는 건물주의 지위, 귀금속 성분의 수저 계급, 의사 등 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아이들. 그 무엇 하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으나, 소심하게도 개인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세상의 모진 풍파에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강한 멘탈과 언제든지 자신과 타인에게 보여줄 다정다감함 정도가 좋지 않을까! 물론 이 두 가지마저도 부모가 원한다고 물려줄 수는 없다.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이들이 느끼면서 배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진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사칙연산부터 미적분을 지나 행렬까지 복잡계를 통해 나타나지만, 공식 없이 진행되고 마땅한 해(解) 없이 사라진다. 평범한 우리 대부분의 삶이 그러하다. 다시금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께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부모의 남겨진 삶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게 한 상속재산파산 제도에 적잖은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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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장에서 밥벌이 중입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꿈꾸고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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