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츠 브뤼 클래식종종 할인가 5만 원대로 구입할 기회가 있어서 참으로 고마운 녀석이다.
임승수
집에 들어가자마자 배달앱으로 소곱창집을 검색해 곱창, 대창, 막창을 골고루 섞어주는 1.5인분 메뉴를 주문했다. 고기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노릇. 소곱창에 곁들일 와인이라면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 없다. 무조건 샴페인! 마침 할인할 때 사 놓은 '도츠 브뤼 클래식'이 셀러에 조신하게 누워 있다.
프랑스 상파뉴 지방의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 샴페인은 와인 중에서도 제법 가격대가 있는 데다가 최근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지만, '도츠 브뤼 클래식'은 종종 5만 원대로 구입할 기회가 있어서 참으로 고마운 녀석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샴페인 제조에는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르 이렇게 세 품종이 주로 사용된다. 이 샴페인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제조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도츠 브뤼 클래식' 제품 설명이 나온다.
세 품종의 조화로운 블렌드로 인한 뛰어난 밸런스가 돋보인다며 '황금빛 색조 속에서 우아한 기포가 격조 높은 발레를 선보인다'고 자화자찬이다. 아무렴! 역시 와인은 호들갑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술이구나. 마시는 사람뿐만 아니라 만든 사람조차 이렇게 호들갑이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소곱창을 먹는데 왜 하고 많은 와인 중에 샴페인이냐고? 그것은 곧 이어질 먹방 묘사를 읽어보면 수긍하리라 생각한다. 이내 벨이 울리고 음식이 도착했다. 포장 용기에 덮인 투명한 비닐은 곱창에서 피어오르는 뜨끈한 수증기로 뿌옇다. 비닐을 잘라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곱창 온기가 가위 든 손에 노골적으로 전해진다.
문득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떠오른다. '청개구리를 해부하여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장을 차례차례로 끌어내는'이라는 구절 말이다. 냉혈 동물이라 더운 김이 날 수가 없지만 문학적 표현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썼다고 하던데, 같은 작가로서 염상섭이 모르고 썼다는 쪽에 곱창 두 점 건다.
눅진한 곱이 가득 찬 곱창부터 집어 들었다. 팥앙금 없는 호빵은 호빵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콜라겐 안쪽 고소한 곱은 곱창을 곱창이게 만드는 본질적 요소다. 씹으면 씹을수록 동물성 온기를 띤 졸깃함과 고소함이 강렬한 콜라보로 펼쳐지는데 그야말로 압권이다. 저체온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곱창 한두 점이라면 즉시 회복되지 않을까.
이번에는 대창 차례다. 크고 둥그런 외모의 그 녀석을 골라내 맛보았다. 풍부하고 두터운 대장 지방 덕분인지 치아가 미끄러질 듯한 독특한 식감이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곱창보다 대창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렇게 곱창과 대창을 각 한 점씩 섭취하면 그 강렬한 고소함과 미끄덩한 지방에 정신이 어질어질 혼미해지고 약간은 부담스러운 느끼함이 올라온다. 바로 이 순간 등장하는 해결사가 샴페인이다.
우선 샴페인을 잔에 따른 후 코로 가져가 향을 탐닉한다. 은은하게 깔린 이스트 향 너머로 사과 향, 배 향, 꽃 향 등이 차분하게 피어오른다. 향기를 음미하는 코끝에 분무기로 미세 물방울을 뿌리는 듯한 시원함이 감지된다. 발레리나의 우아한 도약처럼 끊임없이 솟구치는 기포 때문이다. 이것 참 앙증맞구먼.
샴페인 한 모금이 힘찬 그랑 주떼처럼 잔과 구강 사이의 공간을 훌쩍 건너뛰어 입안에 안착한다. 경쾌하고 신선한 탄산이 작렬하는 가운데 과실 향과 이스트 향을 머금은 우아한 신맛이 단 0.3초 만에 어질어질한 느끼함을 말끔히 정리한다.
기량이 최고조에 이른 발레리나가 혼신의 독무로 무대 분위기를 단번에 휘어잡는 것에 비견할 만하다. 이정도의 상큼함이라면 바로 곱창 스무 개 연속 먹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미식이란 '순간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