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장풀이 있는 풍경계단 옆 닭의장풀, 어디든 물기가 있는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김혜영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은 집집마다 닭을 기르던 시절, 닭장 근처에서 많이 자라고 꽃잎의 모양이 닭의 머리 모습과 비슷한 데서 유래되었으리라는 설이 있다.
또 오리를 많이 키우는 중국에서는 닭의장풀을 압척초(鴨跖草:오리 발바닥 풀)라 부르는데, 오리보다 닭을 많이 키우는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가 오리 대신에 닭을 빗댄 데서 이름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닭의장풀은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메마르지 않고 늘 물기가 잘 유지되는 땅에서 잘 산다. 그리고 아침 무렵 이슬을 머금은 모습으로 피어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누군가는 닭의장풀이 아침 설거지가 끝날 무렵에 꽃잎을 열고, 서산에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에 시들기 시작한다고 표현한다. 서양에서 부르는 'dayflower'라는 이름도 아마 그런 의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일본이름 쭈육사(露草, 노초) 역시 '이슬이 맺힌 풀'이란 뜻이기도 하다. 닭의장풀의 청초한 푸른 꽃잎이 아침 이슬에 젖은 채 곱게 피어난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비밀 하나가 있다. 닭의장풀은 잎 끝에 물구멍이라 부르는 구멍을 하나 갖고 있어 그 물구멍을 통해 쓰고 남은 물을 내보낸다. 그래서 닭의장풀의 잎이나 꽃잎 끝에 매달린 아침 이슬은(아침이슬이라고 우리가 생각한 것은) 사실은 밤사이 잎 끝 물구멍에서 배출된 수분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 가수들이 눈 옆에 붙이는 눈물모양 장식이나 연기자가 슬픈 연기를 위해 준비한 인공눈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