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인천 아트센터
흔히 우울증을 위한 루틴 중에 음악, 그 중에서도 클래식을 들으라는 해법이 있다. 아마도 그건, 자꾸 내 속으로만 끌어내려가는 나의 마음을 세상 속으로 인도하라는 팁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두 시간 여의 공연을 듣다보면, 어느 새 남의 마음은 음악이 무색하게 내 마음 속 갈래갈래 길을 헤매이고 있기도 한다. 그래도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수 십 명의 단원들이 하나의 곡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숙연함과 겸허함으로 나를 인도한다.
개인의 독주가 연주자 개인의 기량을 위한 헌신을 느끼게 한다면, 오케스트라 연주는 그와는 다른 경험을 준다. 수십 명이 모여 한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단원 중 누군가는 오래도록 기다리다 단 한 번의 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다른 마이너 파트의 연주자는 아주 단조로운 화음만을 연주해야 하기도 한다. 그런 저마다의 '단편적'인 시간들이 모여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완성되는 것이다.
연주회는 곡 자체를 만든 작곡가에 대한 이해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눈 앞에 늘어앉은 수 십 명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자꾸 내 자신만의 회오리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던 내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답답하면? 생활이 주는 막막함은 나를 좀먹는 걸 넘어, 관계에 대해 자꾸 서운하고 섭섭함을 느끼게 했다. 더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던 어느 날, 삼 년 전 그날처럼 길을 떠났다. 아침 일찍 무작정 버스를 타고 동해로 떠났다. 가고자 했던 곳도 아니었지만, 무작정 찾아간 바다, 그곳에서 나는 하루종일 그저 앉아 있었다. 바다를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삼년 전 부산에 갔던 나는 갑갑한 마음에 흰여울 마을을 거닐다 타로를 보러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 타로를 보시던 분이 내게 '내려놓으라'고 했었는데, 되돌이켜 보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몰랐던 듯하다. 아니, 그 '내려놓는' 데 지난 3년의 시간이 걸렸던 거 같기도 하고. 다시 바다에 앉으니, 그 부산의 바다가 떠오르며 여전히 내가 부등켜 안고 있는 것들이 보였다.
혼자 산다는 건, 공간적으로, 혹은 관계적으로 홀로 지낸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 내 자신을 책임지는 주체가 내 자신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 말은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다름 아닌 나라는 뜻이다.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고, 홀로 여행을 떠나며 그렇게 나는 나를 스스로 돌보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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