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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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듯한 조용한 분위기로 아내와 함께 서울에 도착, 아직은 다리가 성해 어느 정도 뛸 수 있는 고희의 청춘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서울의 횡단보도는 어찌 그리 멀단 말인가? 사람이 보이면 차량이 멈추는 스웨덴 여행 길이 생각났다. 초록불이 들어오고 쏜살같이 달려오던 차량들이 멈추었다. 서울에선 밀려오는 인파 속에 허둥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스라이 먼 횡단보도, 초록색 신호등이 껌벅거리며 위협했다. 가까스로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스웨덴의 교통질서가 생각난 이유다.
지하철에선 과거 일본에서 공부하는 아들을 만나러 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동경의 복잡했던 지하철 노선도를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어떻게 표를 구입해야 하고, 어떤 노선을 골라 타야 할까? 경로우대로 무임승차를 할 수 있다는데 어떻게 구입해야 할까? 혼란의 연속이었다.
노선도 복잡하지만 경로우대 무임승차도 쉽지 않았다. 경로우대 무임승차를 하려면, 기계에 신분증을 스캔하고 500원을 넣어야 한다. 승차권을 이용하고 난 후, 환불기에 넣고 환불을 받는다. 그런데 부산 지하철과 시스템이 또 다르다. 서울 친구에게 지하철 타는 방법에 대해 긴 과외를 받았다. 노선도 복잡한데, 몇 푼 아끼려는 노력과 시선이 불편해 그냥 후불교통카드로 지불했다.
지난번, 친구 내외와 오랜만에 나선 해외여행에서도 불편한 점은 있었다. 어렵게 휴대전화로 예매를 하고 여행 날짜를 기다렸다. 복잡한 문자로 여행을 안내하는 여행사,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앱을 내려받고 '셀프 체크인'을 해야 한단다. 힘겹게 시도를 해 보지만 쉽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부탁하거나,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남은 자리를 잡으려 공항으로 달려가야 했다. 그런데 거기에도 낯선 기계가 앞을 막아선다. 어쩔까 망설이다 여권을 들이밀어도 버벅거리기는 마찬가지다. 도우미를 불러 어설픈 셀프 체크인을 하지만,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세월을 감당하기엔 버겁다.
열심히 변하는 세월을 따라가려 하지만... 쉽지 않다
낯선 시스템도 어렵지만, 분위기도 얼떨떨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저녁식사 후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을 들어서자 젊은이들이 북적대고 있다. 종업원이 다가와 안내하려나 머뭇거리는 사이, 잠시 후에 문을 닫아야 한단다. 젊은이들이 가득한 커피숍이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제 마감 시간에 가까워져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으려던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커피숍을 되돌아 나오는 우리의 모습이 슬프게 느껴졌다.
최근 한 카페가 출입문에 '노시니어존, 60세 이상 출입 제한'이라고 적어둬 논란이 일었다. 그 카페 주인이 왜 그런 문구를 내걸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일각에서는 '일부 손님이 성희롱 등을 일삼아 자구책으로 쓴 문구'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노시니어존'이라는 명명이 등장한 이상 우리 사회에 이런 공간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