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희훈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본인이 검사 시절 산재사고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서 귀책을 묻고 형사책임을 추궁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주 처벌규정을 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엄정 수사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정권 출범이 만 1년이 다 된 지금, 산재사망 노동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2022년에만 250여 건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중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나 검찰이 기소한 사례는 14건에 불과했다.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정부는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 그 어떠한 애도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산재사망사고 기업정보를 제공하던 노동부가 이번 정부 임기 시작 이후 태도를 바꿔 기업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는 이유로 정보제공을 거부했다. 사업장에서 어려운 일을 도맡아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목숨보다 기업의 명예가 우선이라는 것인가? 한 나라의 정부에서 이같은 답이 나올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기업의 명예를 우선하는 정부의 사고방식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에서도 등장한다. 가해 기업의 배상이 아닌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정부가 제시한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피해자인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닌 가해자인 기업의 명예를 지켜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 노동자들이 정부의 제안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데 반해, 한국의 기업주들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대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3월 6일 정부의 제안 발표 이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히며 "수출규제 해소를 통한 경제교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피해 노동자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번 정부의 제안이 왜 나왔는지, 누가 이런 조치를 간절하게 원해왔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