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동백의 붉은 빛은 붉은 피를 연상하게 한다.
김민수
지난 겨울부터 유난히도 동백을 많이 그렸습니다. 가장 아름다울 때 낙화하는 꽃 동백과 4월의 희생자들과 기독교절기로 사순절기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젊고 아름다울 시기에 십자가형을 당한 예수의 이미지와 4.3희생자들과 4.19혁명의 과정에서 스러져간 젊은이들 모두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낙화한 동백'의 이미지로 다가왔기에 동백을 많이 그린 것 같습니다.
어느새 제주 4.3항쟁이 국가추념일로 지정되고 10년째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의 4월은 아프고 시리기만 합니다.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 아들의 학교폭력이 자행되던 곳에서는 피해자가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빨갱이'로 불렸고, 최근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은 4.3항쟁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되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분단의 세월을 살아오며 각인된 분단 이데올로기는 우리 안에 '빨갱이'라는 단어를 너무 깊게 새겨 놓았나 봅니다. 4.3항쟁을 폄훼하고 싶은 이들은 이런 근거도 없는 말에 기대어 또다시 못질을 하고 싶어 합니다. 과연 언제 골 깊게 새겨진 분단 이데올로기가 죽음을 고할지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반목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단의 세월은 집권자들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국가는 필요에 따라 간첩과 용공의 올가미만 씌우면 자신의 뜻을 쉽게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의 집권자들도 이런 면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를 이용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바라기 목사들은 너도나도 줄을 서서 주술적인 축복기도를 해주고, 권력에 아부합니다. 사이비들도 이참에 한 몫을 얻을 생각에 그들과 한 편이 되어줍니다. 광화문 태극기부대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를 여당 최고위원이 칭송하고 옹호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