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가 29일 오후 대전무역회관 앞 선사유적사거리에서 주69시간노동제 폐기 촉구 캠페인을 펼쳤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1953년 5월 10일은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날이다. 이 날짜를 처음 접한 이들은 그 연도를 다시 묻곤 한다. 6.25 전쟁이 끝나기 전이니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분명히 6.25 전쟁 중에 제정됐다(시행일은 1953년 8월 9일).
근로기준법 제정일을 갑작스럽게 언급하는 이유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접하고 한 가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처음 제정될 때 근로시간을 어떻게 규율하고 있었을까?
연장근로는 1주 12시간만 허용
아마도 당시에는 '무제한적 근로'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전 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느라 밤 새워 일 해도 부족한 상황이었을 테니 말이다.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하고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단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1주일에 60시간을 한도로 근로할 수 있다."
제정 근로기준법 제42조 제1항의 내용이다. 당시에도 연장근로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가 있을 때 1주 12시간까지만 가능했다.
최근 정부가 1주 최대 69시간 근로, 즉 1주일에 29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주요 이유는 현행 제도로는 일시적·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노사가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3년 대한민국과 1953년 대한민국을 비교하면, 언제가 일시적·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더 많을까? 언제가 연장근로의 필요성이 더 클까?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답은 나올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은 제정 당시부터 1주 연장근로의 상한을 12시간까지만 허용했다. 놀라운 사실이다. 전쟁의 한복판에서도 연장근로를 1주에 12시간만 허용했다니 말이다.
제정 근로기준법은 왜 연장근로를 1주 12시간만 허용했을까? 그 답은 근로기준법을 만든 입법자들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1953년 제정 당시 국회 속기록을 찾아봤다.
근로기준법 제정안은 1953년 2월 2일에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에 토의 안건으로 제출됐다. 당시 사회보건위원회 위원장 김용우 의원이 심사 보고를 했다. 김용우 의원은 그 제안 취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단 속기록을 그대로 옮겨와 현재의 맞춤법과 문법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분과로서는 우리가 이 근로시간을 제정하게 된 것을 우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능력 또는 생리적인 모든 기능에 있어서 하로에 8시간이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능률적으로 볼 수가 있고 단시일에 과로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단시일에 과로를 함으로 장시일에 능률의 저하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역시 1일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 입니다. 만일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다면 1주 일에 60시간, 즉 하로에 2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규정이 되어 있읍니다."
그렇다. 당시 국회의원들이 '1일 8시간 근로, 1주 12시간 연장근로'를 법률로 정한 이유는 "과로"의 방지였다. 온 국토가 잿더미로 변하고 사회 재건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노동자 건강을 해치는 일만은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1년 과로사 노동자 5백명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