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리마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인터뷰 중.
안태진
2022년 12월 7일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국영 TV에 출연해 의해를 해산하고 비상국가체제로 전환하며, 신헌법논의 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자신의 측근을 비롯해 군대, 경찰, 사법부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몇시간 만에 망명을 위해 멕시코 대사관으로 가던 중 체포됐다. 법무부장관은 카스티요를 기소했고, 의회는 그를 해임한 뒤 당시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투표했다.
리마 법원은 카스티요를 18개월동안 보석없이 구금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지난 9일 페루 대법원은 정부 내 부패 행위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게 36개월간의 예방적 구금 명령을 내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구금 기간은 더 늘어났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 속에 시민과 보안군 간 충돌로 지금까지 60여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 시위는 리마 남부 푸노출신인 전 대통령 카스티요의 탄핵에 반발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시위가 크게 일어난 지역 사람들의 지지로 당선됐었는데요. 의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카스티요의 '셀프 쿠테타' 이후 의회에 대한 지지도는 매우 낮습니다. 더불어 국민의 70% 이상이 디나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디나 볼루아르테는 카스티요와 러닝메이트였지만, 탄핵에 동의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됐습니다. 대통령이 공석이 된 후 책임 없이 그냥 자리를 이어받는 것은 안 됩니다.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선거를 (2026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기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시위대들이 요구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통령의 사임, 의회의 사퇴, 새로운 선거입니다. 볼루아르테는 이 죽음과 살인에 정치적 책임이 있습니다. 의회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합니다."
- 말씀하신 푸노나 마추픽추 인근의 쿠스코 지역은 도로가 차단될 정도로 시위가 거센데, 리마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의 갈등이 도시와 농촌간의 갈등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페루는 상당히 수도 집중적인 국가입니다. 리마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요하지 않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어제 우리는 미라플로레스 같은 중앙 공간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도시와 농촌간의 갈등'이라는 말은 유감이지만, 가장 큰 도시 리마가 사람들의 고통과 요청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상황은 맞습니다. 시위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해 올라온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일부 리마 사람들은 시위대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고, 의복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 농촌 사람들이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들이 가족과 직장을 떠나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은 이 상황이 페루에서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갈등의 연장선이기 때문입니다. 페루에는 비수도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의 문제가 누적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푸노는 역사적으로 광물 자원이 있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착취당했습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푸노에 있다는 리튬에만 관심이 있지, 그곳에 사는 토착민의 상황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티티카카 호수로 유명한 페루의 푸노는 식민지시절부터 '은' 생산지로 유명했고, 현재도 금과 주석 등의 광산이 있다. 버려진 광산과 관리되지 않은 폐기물의 영향으로 땅과 호수는 오염됐고, 인구의 58%에 해당하는 71만 명 이상이 중금속과 기타 화학 물질에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 회사에 의해 푸노 지역에 거대한 리튬 광산이 발견됐고, 인근 지역에서 우라늄도 확인됐다. 배터리의 원료인 리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받는 캐나다와 미국의 기업들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고 있다. 페루의 좌파 정당은 에너지 주권을 강조하며 국유화를 주장하고,
환경단체들은 리튬 광산의 개발로 벌어질 토양과 토착민의 피해를 주목하고 있다.
"뻔뻔한 방식으로 대통령이 되는 건 옳지 않다"
-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리마 외부에서 유독 심하게 발생하는 인권침해, 경찰의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을 멈추는 것입니다. 토착민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무력 사용이 더 심각합니다. 대통령의 사임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위를 준비하고 주도하는 단체가 있나요?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또 누가 있나요?
"시위는 현직 대통령에 반대하는 좌익 단체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명확하게 주도하는 한 단체는 없습니다. 수많은 민중들과 학생, 인권운동가들이 참여하고 있고, 노동조합과 페미니스트, LGBT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 외신에서 디나 볼루아르테를 페루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반기는 논조의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국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있었지만, 여러 문제로 탄핵당했습니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선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의견이 어땠나요?
"내 딸은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대해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실망했습니다. 그녀는 페루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입니다. 그런 뻔뻔한 방식으로 대통령이 된 것은 옳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