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버거킹 매장.
wiki commons
버거킹의 놀라운 역사, 왜 우린 이걸 못 배울까?
위는 2016년 필자가 시민기자 자격으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 제목이다(
기사 보기). 1991년 미국 버거킹의 '가맹점주-본사 상생 시스템'을 다룬 기사였다. 그런데 지난 19일 <한겨레>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버거킹 본사, 224원 내고 '2400원 할인' 생색... 점주에 갑질
도대체 우리나라에 들어온 '버거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글로벌 브랜드의 '세상에 이런 일이?'
필자는 가맹점주 단체에서 활동하며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의 온갖 '갑질' 행태를 봐왔지만, 버거킹 점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TV 예능프로그램 제목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았다. 은퇴 후 노후를 위해 투자형으로 수억 원의 거액을 들여 가맹했다는 점주 A씨의 경우 월에 6000만~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은커녕 매월 1000여만 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점주 B씨는 월 매출이 1억 원가량에 달하지만 거의 본전이라고 했다.
처음엔 이 주장이 믿기지 않았다. 월 매출이 6000만~7000만 원을 넘어 심지어 1억 원이라는 규모는 대다수 자영업자에게는 꿈의 매출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가맹사업현황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외식 자영업자 연평균 매출이 2억8000만 원이었다. 월 매출로 바꾸면 2300만 원 꼴이다.
이런 현실에서 버거킹 점주들의 적자 주장에 '혹시 자신들의 피해를 과장하기 위한 엄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다. 이번 버거킹 분쟁 사건은 이미 <한겨레>가 두 번에 걸쳐 자세히 보도했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본사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로 발생한 비용과 2016년 5월 일부 가맹점을 시작으로 도입한 배달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한 비용 또한 점주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상적 상황이라면 고소득으로 콧노래를 불러야 할 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사실만 보면 전형적인 K-프랜차이즈의 갑질 행태다. 그런데 이상하다. 버거킹은 K-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이 만든 글로벌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70년의 역사 속에서 현재 우리 K-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그렇게나 목 놓아 바라는 '공동구매협동조합'을 도입한 선구자다.
1억을 팔아도 안 남는 이유
"1+1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면 몇천 원짜리 햄버거 하나를 소비자에게 그냥 주는 겁니다. 문제는 본사의 지원이라고는 몇백 원이 전부입니다. 더 문제는 배달비를 점주가 몽땅 부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점주 A씨는 이같은 말로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보도됐듯 현재 버거킹 본사는 수년 동안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도 점주에 대한 비용 지원은 '원가 상승률의 50%'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겨우 생색만 내고 있었다.
특히 배달 비용은 버거킹 점주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버거킹은 원래 배달 서비스가 없는 접객 및 포장 전문점이었다. 즉 버거킹 제품 판매가에는 배달 비용(배달 기사를 고용하거나 대행을 사용하는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비를 따로 받지 않은 것이다. 현재 점주들의 계산에 의하면 배달비가 매출에 8~1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 이전에 점주의 평균 수익이 20%였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그 절반이 배달비로 사라졌다는 말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면 그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까 배달 서비스 이후 전에 없던 각종 부대 비용 대부분을 점주가 떠안은 것이다. 물론 본사가 배달비를 아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한다. 배달용 메뉴가 매장용 메뉴보다 1000원 정도 비싸게 설계됐지만, 실제 배달 비용은 3000~4000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차액을 오롯이 점주가 부담하는 것이다.
한국 버거킹 점주들이 특별히 문제 삼은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식자재비였다. 미국처럼 로열티도 받으면서 한국처럼 식자재비에 본사 수익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시중에 흔한 베이컨을 본사가 시중가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납품하고 있었고, 식기 세제와 하다못해 빗자루까지 가성비 좋은 한국 제품을 두고 글로벌 표준이라는 명분으로 특정 모델의 외국 제품을 비싼 값에 납품해 갈등을 빚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버거킹 본사는 "3월부터 20여 개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배달팁을 도입해 운영하도록 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면서 "권장제품 미사용시 감점제도는 아시아태평양 가맹본부 점검사항으로 항목 자체를 수정할 권한은 없지만, 불이익이나 제재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본사 측은 ▲할인프로모션 참여는 가맹점 자율 선택 ▲2018년 공정위 분쟁조정합의 준수 등의 입장도 덧붙였다.
투명한 미국과 불투명한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