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때 집에서 차려 먹은 퐁듀. 여러가지 음식을 자기 접시에 덜은 후, 녹인 치즈에 하나씩 찍어 먹는다.
김정아
이때에도 전체 접시에 있는 음식들을 곧장 입으로 넣기보다는, 자기 앞접시에 덜은 후 거기서 집어 먹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식탁 예절이다. 심지어 버터도, 공통 버터나이프로 퍼서 자기 접시에 덜어 놓은 후, 그것을 가지고 자기 나이프를 이용해서 빵을 발라 먹는 것이 그들의 원래 예절이다.
내가 그렇게 먹지 않았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런 당신을 외국인이어서 그렇다고 받아들여줬거나, 아니면 속으로는 흉을 보면서도 겉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한 것일 확률이 높다. 우리도 외국인이 모르고 하는 때로는 무례한 실수를 보면서, 외국인이어서 모르나 보다 하고 용인하거나, 아니면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뒤돌아서 역시 무식한 서양인이 상스럽다고 욕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를수록 무례해지기 쉽다.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또한 나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기도 어려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이 울고 있는데, 그 옆에 앉아있던 젊은 외국인이 손을 잡으며, "영자, 왜 울어요?"라고 묻는다면 그 모습을 보는 한국인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저런 시퍼렇게 젊은 녀석이 감히 할머니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고 기분이 확 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서양 사람들은 원래 나이가 많아도 서로 이름을 부르니까, 저 외국인은 한국말은 배웠지만 한국의 문화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모르는가 보다, 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에 그 외국인은 한국어도 할 줄 알고, 심지어 존댓말도 배웠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이 노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우리 문화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무례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더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문화를 모른다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살면서 평생 외국에 한 번도 안 나가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꼭 외국 문화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라면, 게다가 비즈니스로 인해 외국인을 만나 식사를 해야 한다면 이런 매너는 익혀두는 것이 유리하다. 별거 아닌 문화 차이로 무례하다는 엉뚱한 오해를 받는다면 억울할 테니까 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비비지도 않고 비빔밥을 먹거나, 쌈장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을 봤을 때에도, 모르는 척하거나 흉보기보다는, 우리의 음식문화가 그들의 것과 다름을 이해하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여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문화에 정답은 없다. 다만 다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문화는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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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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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는 잘라서 한 입에? 몰라도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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