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부두르의 감실과 불상
Widerstand
이렇게 거대하고 중요한 유적이지만, 사실 보로부두르는 오랜 기간 잊힌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욕야카르타를 수도로 했던 마타람 왕국은 곧 수도를 더 동쪽으로 옮깁니다. 도서부 자바와의 경쟁 때문이라고도 하고, 화산 활동에 따른 자연재해 때문이라고도 하죠.
서부 자바와 수마트라는 한동안 인도 촐라 왕조의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14세기 동부 자바에서는 마타람 왕국을 대체한 마자파힛 왕국이 등장합니다. 그렇게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사이, 보로부두르는 정글 속에 묻혀 갔습니다. 존재는 알려져 있었지만, 이슬람 왕조가 들어서며 굳이 관리하거나 보호할 이유가 없는 유적이 된 탓도 있고요.
마자파힛 왕국은 한때 강성한 왕조를 꾸렸지만, 지방 술탄국의 성장으로 분열하며 몰락합니다. 수많은 술탄국이 수마트라와 자바 섬에 들어섰죠. 혼란의 와중에 욕야카르타에도 '욕야카르타 술탄국'이라는 지방 정권이 만들어졌습니다.
욕야카르타 술탄국은 네덜란드의 지배에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벌어졌고, 네덜란드의 동인도 식민지는 영국이 대신 관리하게 되죠. 이때 자바 섬에 닿은 영국이 욕야카르타를 공격합니다. 성은 쉽게 무너졌습니다. 이 침공을 주도한 사람이, 후일 싱가포르를 세우는 스탬포드 래플스였습니다.
보로부두르가 다시 '발견'된 것도 래플스에 의해서였습니다. 현지인에게 보로부두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명령한 것이죠. 화산재와 밀림에 뒤덮여 있던 이 불탑이 완전히 발굴된 것은 20여 년이 지난 1835년의 일이었습니다.
물론 나폴레옹 전쟁은 곧 끝났습니다. 영국은 동인도 식민지를 네덜란드에 반환했죠. 네덜란드는 욕야카르타를 차지했습니다. 욕야카르타의 술탄은 명목상으로나마 남겨 두었죠. 식민 지배는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