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방문한 정신병원은 선입견과 달리 평화로웠습니다. 사람이 머물고 일상을 보내는 장소는 어느 곳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정신병원의 사진이 아닌 별개의 장소를 찍은 사진입니다.)
Riza Rifshandya(Unsplash)
정신병원이 싫었다는 어머니
의사는 초진 후, 제가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심각해져 일시적으로 조현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저 스스로가 이성적이지 못한 상태라는 걸 인지하고 있고, 약 복용에도 거부가 없었으므로 입원을 강력하게 권유하진 않았어요.
의사가 실은 저를 조현병이라고 진단 내렸다는 건 그 병원을 그만 다니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의사가 제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사실을 숨겨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어찌되었든 매달 한 번씩 정신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진료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앉아 차례를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참 길게 느껴져요. 심심하다 보니 똑같이 진료를 기다리는 보호자들과 환자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정신병원에서도 그랬지만 정신과의원에서도 방문객들은 함께 온 사람들과 대화도 거의 하지 않거나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합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예의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라앉은 어색한 분위기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의 실마리는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제가 사는 도시의 정신과의원으로 치료하는 곳을 바꾼 뒤, 어머니께서 흘리듯이 말씀하셨거든요. 나는 그 정신병원이 싫었다고. 거기서 볼 수 있고 머무는 사람들과 내 자식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거길 안 가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몹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생각과 달리 저는 정신병동에 입원한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어머니는 본인과 제가 '정상'의 범주 바깥에 위치하는 사람으로 간주될 거라는 선입견 때문에, 서둘러 대기실과 정신병원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했습니다.
그 공간에 머무르는 행위가 사회에서 정하는 정상성의 바깥에 위치한다고 은연중에 느끼고 있던 거예요. 대기실에 머물던 다른 방문객들도 비슷한 감정과 느낌을 한 번쯤 가져보지 않았을까요.
아파서 병원에 가 진료를 받는 건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그런 흔한 일이 일어나는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정상성이 불안해진다니. 그런 연약한 개념을 가치 있게 보아야 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