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사당에서 내려다본 모습
김지영
그는 바른말도 잘하고 불같은 성정 때문에 주변에 적도 많았습니다. 그가 금산전투에서 사망한 이후에도 '이름을 얻기 위해 죽었다(銘名而死)'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조 대에 이르러 그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여 우저서원이 지어지고, 영조 대에는 영의정으로 추증되고 문묘에 배향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태어나고 자란 생가가 있던 시절, 현대로 타임슬립이 되었다면 그는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요? 현대에 와서도 그는 민초들을 모아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영웅적인 리더가 되었을까요? 타임슬립을 소재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작가들도 저와 같은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겠지요?
영웅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기만 합니다. 한편으론 영웅이 필요한 세상이란 그리 살기 좋은 세상은 아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은 사회라는 의미일 테니 말입니다. 일반 시민이 서로 의논하며 화합하는 시대가 살기 좋은 시대겠지요. 그 안에서 권력은 또 생겨나겠지만 그 권력을 견제할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시대라면 말입니다.
그가 현대로 타임슬립하는 것은 그에게 몹쓸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조헌 선생, 그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서 할 도리를 다하고 생을 마쳤으니, 더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저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시기를.
저는 사당 앞에 서서 서원의 풍경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그의 추모비 앞에서 목례를 하고 나옵니다. 추모비 뒤로 200년이 된 나무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굳건하고 듬직한 느낌이라 안심이 됩니다.
이제는 누군가의 인생을 잠시 들여다본 시간을 마칠 시간입니다. 다시 현실로 타임슬립을 해볼까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났던 신기한 산책을 마무리하며. 오늘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일도 당신과 함께하는 산책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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