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당시 안남어머니학교 학생이 송윤섭 후보에게 적어준 글. '잘생긴 우리 안남어머니학교 교장전생님 꼭 당선돼세요'
송윤섭
"우리가 농민 정치인 만들어보자" 농민들의 결심
안남에 내려온 이후 계속 농민운동과 주민자치활동을 해왔지만, 정치를 할 마음까지는 없었다. 그러던 2020년, 당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민중당(진보당의 전 이름)의 비례대표로 추천하며 농민의원으로 만들자고 지역 농민회가 똘똘 뭉쳤다.
'농민 정치세력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지방선거도 준비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농민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우리 안남에서도 한번 해보자."
정작 후보로 추천받은 송윤섭 의원은 고심했지만, 농민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고. 궂은 농사일에 익숙한 그였지만 정치인처럼 인사하고 악수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정작 농민들은 그가 출마하면서부터 '이번엔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농민회 회원들이 가장 열정적인 선거운동원이 되었다. 농민들의 바람대로 현역의원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1등으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선거구는 물론, 28.16%로 옥천군 전체 득표율 1위까지 차지했다.
주민자치에서 직접정치로, '농민 의원'의 꿈
당당하게 군의회에 입성했지만 초선 의원의 길은 쉽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번갈아 집권하며 만들어온 지역 의회의 틀도 견고했다. 그러나 송윤섭 의원은 지역에서 30년 동안 만들어온 주민자치의 힘을, 농민의원으로 소화해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주민자치는 '민'의 힘을 받들면 됩니다. 정치는 이것을 행정으로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들만의 파워게임이 강하니 쉽지 않다는 걸 알았죠. 첨엔 공약부터 조례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조급하기도 했지만, 제 실적이나 지명도를 높일 것도 아니고 4년 동안 농민들의 생활에 밀착한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차분해졌습니다. 그동안 주민자치활동에서 추구해 온 것들을 행정에 녹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야죠."
농민의원으로서의 그의 꿈은 열악하고 소외된 농민들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만드는 것, 그래서 '농촌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많이 생산하는 농민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 더 필요합니다. 옥천만 해도 1헥타르(ha) 이하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80%는 되는데 대부분 고령이에요. 이런 분들의 생산행위가 지속되도록, 즉 계속 농사지으며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업이 유지되는 것이고요.
농촌이 단지 생산의 현장이 아니라 삶의 현장이 되도록, 즉 농촌이라고 하는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사람일수록 공동체가 꼭 필요하거든요. 농촌의 마을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지원하는 체계도 있어야 하고, 돌봄 정책도 필요합니다. 그런 조례와 정책을 만드는 농민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진보당이 집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밑바닥 정치, 현장의 정치가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안남에서 평생, 농민들과 살고 싶다"는 송윤섭 의원. 그 누구보다 소외되고 아픈 농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농민 의원의 의정활동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