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만두속이 그만이야 터지고 말았다. 아이고....그래도 어찌하리. 이래도 저래도 만두인 것을 말이다. 꽁꽁 속으로 앓다 어딘가 틈을 비집고 훅 터져버렸다. 인생사 다 그렇지...그래도 맛이 좋은 만두! 인생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다. 이래도 저래도 누가 뭐라해도 말이다.
김은아
그렇다. 내가 만든 못생긴 만두다.
그런데 말이다. 입속에 들어가면 못생겼는지 잘생겼는지 배가 터졌는지 옆구리가 찢어졌는지 알 수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 빚은 만두가 아무리 이뻐도 그 미가 영원하지도 않고 그래 봐야 만두는 만두다.
옆구리 찢어진 만두라도 그 못생김이 영원하지도 않다. 만두의 생은 사람의 입속에 들어감과 동시에 양분으로 부활한다. 그러니 재고 따지고 할 것도 없다. 만두는 그냥 만두일 뿐인데 말이다.
한편으론 욕심이 족제비같이 속을 몽신 집어넣거나 제대로 피를 봉하지 않아서 속이 터져 나오기도 하니 '만두는 만두야!'라고만 도매금으로 여길 수도 없다. 인생사도 그러하다.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 간판도 계급장도 떼고 나면 그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만이 남을 뿐이다. 사는 기술과 처세가 좀 필요할 뿐 본질은 누구나 두 개도 아닌 하나의 인생을 살다 가는 것뿐이다. 그런데 왜 그리들 살아가는 것인지...
서희할매는 성탄절이 되면 해마다 만두를 빚으신단다. 만두가 찜통에서 익어갈 무렵 자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만두 빚기를 잘한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모여서 만들고 먹는 것이 재미있어. 다른 게 있냐?"
만두 속에 있어서 각각의 만두별로 속의 비율이 균일할 수는 없다 해도 김치, 두부, 고기, 잡채가 각각 버물러진 그 맛은 크게 변함없다. 만두는 만두니까 말이다. 두부가 좀 더 많이 들어가고 고기가 좀 부족하면 어떠하리! 이 만두에서 부족한 고기는 저 만두에서 채울 수도 있는 것을 말이다.
인생사 참 만두 같다. 깊은 밤 봉창 뚫는 소리 같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
서너 시간 만두를 빚고 쪄서 먹는 시간 동안 나는 인생을 생각해본다. 얼어 터진 보일러로 옥신각신 애간장 태운 시간을 곰곰 되짚어보며 인생사 꼭 그렇게 궁시렁 으르렁 아옹해야 하는지 절로 한숨이 나온다.
"와 그래 한숨을 푹 쉬나?"
"지혜롭다는 것이 뭔가 싶어서요. 좀 더 현명하게 좀 더 세련되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기서 부족한 것은 저기서 채워주면 되는 것인데 내 뜻대로 만 되지 않는다.
요즘 마음고생한 것을 아시는 서희할매는 이래 말씀하신다.
"할 말은 하고 사는 것이지.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다. 마음 쓰지 마라. 별거 아니다."
그렇다. 그래도 사랑과 평화의 성탄과 연말에 내 마음은 탱탱 불어 터진 만두 옆구리를 비집고 기어 나온 만두 속만 같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죽고 사는 대단한 일도 아니다. 순간에는 뚜껑이 열릴 것처럼 분노할 일도 조금 지나면 사그라진다. 생김새가 각각인 만두, 결국 입속에 들어가면 그저 음식일 뿐이다. 이 만두에서 부족한 고기, 저 만두에서 채우면 되지... 그리 내 마음을 혼자 다독여본다.
심란했던 마음들도 잦아드는 성탄 전야의 밤이다. 사랑과 평화의 크리스마스!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님의 이 말씀이 오늘따라 더 깊이 마음에 스며든다.
서희할매도, 우리 꽃할매도 아랫집 할매도 옆구리 터진 만두같이 속끓인 세월이 많으셨으리라. 그리 견디고 나니 바람이 불어도 그저 모든 인생사 일에 이제는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웃음에는 단맛, 쓴맛, 짠맛, 그리고 아리고 시린 맛 등이 모두 녹아있다. 만두 속처럼 말이다.
사랑하라! 사랑하라!
깊은 밤, 고요한 밤, 봉창 뚫는 나의 밤... 사랑과 평화의 성탄 그리고 2022년 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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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공간구성을 위해 어떠한 경험과 감성이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지 연구해왔습니다. 삶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것이 저의 과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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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빚은 만두, 옆구리 터지면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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