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람패밀리 콘텐츠연구원인 <나는 워킹맘입니다> 김아연 작가
자람패밀리
아연님은 "요즘 사회가 과도기에 놓여 있다보니 부모가 되어 마주한 선택들 안에 이중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어 혼란스러웠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인 요즘 부모들
모유 수유를 할 지 분유 수유를 할지, 아이가 울 때 안아줘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회사를 계속 다닐지 사표를 낼지… 부모가 되면 크고작은 선택들이 많아집니다. 그리고 이 선택들은 나를 넘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결정에 신중해집니다. 아연님은 "매순간 선택과 고민이 이어졌다"고 하셨어요.
부모들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도 찾아보고 주위의 조언도 구해봅니다. 그런데 모유를 수유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고, 분유도 충분하다는 전문가도 있어요. 아이가 울 때 바로 안아주면 아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며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그래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이는 울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데 그 울음에 반응하지 않으면 애착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또 꾸지람을 듣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선택을 하려고 더 많이 찾고 묻는데 그럴수록 더 혼란스러워지지요.
"선택을 한다고 했지만, 사실 선택지들 사이에서 '뭐가 더 낫지?' 갈등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커리어과 육아 사이에서 요즘 부모들, 특히 엄마들은 가장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아연님은 임신을 했을 때는 '직장은 어떻게 할 거야?',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면서는 '(엄마가 출근해도) 아이는 괜찮아?'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이런 질문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인 사회에서 평등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겠지요.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에는 부부 중 27.4%가 맞벌이였습니다. 2020년에는 51.3%였고요. 요즘 부모들이 태어나 자랐던 90년대에는 결혼과 출산이 통과의례였고 지금은 결혼도 출산도 선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모님 세대만 해도 '나 때는 결혼하면 사표를 내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 부모들은 선택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라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아연님은 "선택지가 있어 행복했지만 선택지가 있어 힘들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심사숙고해 육아휴직을 했을 땐 '커리어가 아깝지도 않냐.'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했을 땐 '아이는 어떻게 하고 출근을 했냐', '요즘 엄마들은 욕심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반대로 사표를 선택한 부모들은 '그렇게 그만두려면 대학은 왜 다닌 거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어려운 선택인 만큼 지지와 응원을 바라지만 오히려 선택에 따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에게 필요한 '새로운 성장방식'
이어서 아연님은 요즘 느끼고 있는 혼란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노력할수록 아이와 삐걱대고 남편과 멀어졌다고 합니다. 노력해도 안 되면 더 노력하고, 목표를 재설정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성장 방식을 익히며 자랐는데 부모가 되니 통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결혼했고, 독립했으니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육아하려고 했는데, 혼자 다 해내면 '너 대단하다' 하며 주변에서는 칭찬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남편과 점점 멀어진 게 느껴졌어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계획을 세워서 하나하나 하면 할 만 했는데. 육아는 계획을 세우면 아이와 틀어졌어요. 무언가 더 하려고 하면 트러블이 생겼고요.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았어요."
노력, 목표, 계획... 기존의 성장방식은 더 많은 성취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성취하기 위해 육아를 하지 않습니다. 부모는 '이루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와 더불어 사는 사람이에요. 기존에는 더 많이 이루는 성장을 추구했다면 부모에게는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성장이 필요합니다.
아연님은 이 상황을 축구경기에 비유하셨어요. 부모가 되기 전에는 골을 더 많이 넣어서 인정받고 경기에서 이기려고 애썼다면 부모인 지금은 같이 경기를 뛰고 있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기는 것보다 같이 경기를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