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사다리스텝 훈련을 위한 사다리와 풋살공.
이지은
우리 축구팀에서 제일 어린 막내는 고3으로, 올해 열아홉 살이다. 왕언니를 담당하고 있는 나와 스무 살 차이가 난다. 올해 수능을 보네 마네 하는 그 친구를 바라보며 '막내가 내게 이모가 아니라 언니라 불러주어 고맙다, 진짜'라고 생각했다. 내가 첫사랑 오빠와 결혼해 바로 자식 낳았으면 우리 팀 막내와 학교 같이 다녔을 수도 있다.
미성년자에게 출전 자격을 주지 않는 대회 특성상 막내와 한 번도 대회 경기를 같이 뛰지 못했다. 함께하지 못해 서운하지 않느냐는 내 물음에 그는 내년에 뛰면 된다고 대답했다. "언니, 저 두 달 지나면 성인이에요." 내년이 와도 고작 스물이라니. 너무 좋겠다. 내 나이 될 때까지 축구해도 20년이나 더 공찰 수 있단 계산이 나오잖아.
축구 친구들이 "이 언니 내년에 마흔이래"라고 놀릴 때마다 나는 "나 생일 안 지났어. 만으로 따지면 서른일곱이야. 대통령이 앞으로 만으로 불러준댔어! 두 살 깎아준다고 그랬어!"라며 항변한다. 물론 통할 리 없다. 친구들 입가는 이미 놀릴 준비로 단단히 씰룩거리고 있으니까. 내 대답에 황소는 "대통령이 언니만 나이 깎아준대? 우리 다 깎아줘"라고 대꾸했다. 알지. 그래도 나이대가 10~30대인 우리 팀이 나 때문에 40대까지 늘어나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단 말이야.
나이는 가장 많은데 실력은 제일 바닥인 신입은 도대체 누구를 롤모델 삼아야 하는가. 그림 같은 포물선과 함께 공을 뻥뻥 차대는 축구 친구들을 바라보다 보면 괜히 움츠러든다. "와, 진짜 잘 찬다. 나이스, 나이스!" 외치며 박수를 쳐주지만, 그 모습이 미래의 내 것이 되리라는 기대는 좀처럼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은 5년이 지나도 '청년'이지만, 그때 나는 어김없는 '중년'이니까. 나이 들수록 노련해진다고 믿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