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월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월 10일 밝혔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980년대 말 미소냉전의 해체는 한반도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은 북방정책을 통해 소련, 중국, 그리고 동유럽국가들과 국교를 수립하며 냉전의 한 축을 허물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과 일본 등 서방과의 관계 정상화에 실패했다. 그렇게 북한은 고립되었고 비대칭 전략을 통한 균형을 시도했다.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이다.
북핵 문제가 발생한 이후 협상의 핵심 당사국은 북한과 미국이었다. 북미 양자회담뿐만 아니라 4자, 6자회담에서도 핵심 이슈는 북미협상을 통해 다루어졌다. 북미협상의 핵심 주제는 두 가지였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북미관계 정상화 노력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목표를 철회하고 미국이 아닌 핵무기를 통한 안전보장을 선택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패 원인은 1차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약속 불이행에 있다. 그러나 미국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냉정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에 '실패'했다
탈냉전 시대에 한반도가 냉전의 섬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북미관계가 정상화되지 못한 데 있다. 북한은 끊임없이 미국을 향해 도발하고 폭력적인 언어 도발을 일삼아 왔다. 그러한 도발을 북한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행태로 비난할 수 있지만, 그들의 거친 행동은 미국에 대한 구애에 가까웠다.
미소 냉전이 해체되고 고립된 북한은 어떻게 체제의 안위를 보장받으려 했을까? 두 가지 갈림길이 있었다. 하나는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혹자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말하겠지만, 북한은 그들의 안전을 미국만이 보장해줄 수 있음을 오래전부터 터득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피곤해 했고, 북한은 어떻게든 미국의 관심을 끌려 노력했다.
그 결과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시작으로,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 그리고 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2005)과 2.13 합의(2007)까지 북한은 끊임없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 클린턴 정부 말기인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상호 방문이 이뤄지며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에 가장 근접했으나 이마저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면, 북한이 핵을 통한 자위의 길로 나갈 것이란 점을 몰랐을까?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낮은 단계의 조치부터 최소한의 행동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에 실패, 아니 관심이 없었고 북한은 핵무장을 선택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최악의 전략이었다
2009년 등장한 오바마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의 결정적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2006년 10월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핵무장이 가시화됐고, 2008년 12월 북핵 검증에 관한 이견으로 6자회담마저 중단된 상황이었다.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인 비전과 행동이 필요한 이 시기에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북정책을 내놓았다.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며 '소극적인' 압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다소 허황된 전략이었다.
이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의 '전략' 아닌 '전략'은 결과적으로 2011년 등장한 김정은 체제가 2017년 제6차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를 선언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했다. 2016년부터 UN안보리가 이전에 없는 강력한 대북제재로 북한을 압박했지만, 북한의 핵 보유를 막지 못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한 점은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전략적 인내'는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서 무기력한 공백기로 남아 있다. '전략적 인내' 전략은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서 가장 끔찍한 선택이었다.
현시점에서, 대북제재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