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 유니폼 입은 뒷모습가을이 왔고, 새 유니폼이 생겼다. 이번에는 12번이다
오정훈
흔히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라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1만 시간이라니. 출근도 해야 되고 밥도 먹고 잠도 자야 되는데 매일 3시간씩, 그것도 10년간 꾸준히 해야 축구가 내 것이 된다고? 지금 속도로는 쉰 살은 넘어야 축구 신동 소리 듣겠구먼.
그런데 이 법칙을 이야기할 때 간과되는 지점이 있다. 수정과 복기 작업 없이 계속 시간만 쌓으면 나중에는 몸에 새겨진 안 좋은 습관을 고칠 수도, 돌아갈 수도 없게 된다는 점이다.
한 축구 전문가에 따르면 "아예 초보면 오히려 나은데 유튜브 따라하다가 나쁜 습관 들여 오는 사람들이 가장 가르치기 곤란하다"고 한다. 바른 자세와 태도로 제대로 훈련해야 1만 시간이 빛을 발하는 것이지, 아니면 그냥 시간을 버린 거다. 언젠가 코치님은 슛 연습을 하는 나를 앞에 두고 이런 말을 건네었다.
"슛 연습을 시킬 때마다 고민이 들어요. '저 자세로 계속 연습하면 습관으로 굳을 텐데' 싶어 걱정스러운데 인원은 많고 시간이 없다 보니 하나하나 못 봐드리니까...."
제발 진정하라고, 네 멋대로 그만 쏘라는 말이다.
'1만 시간'만 바라보면 절대 축구왕에 도달할 수 없다. 초보인 나는 그저 어긋난 방향을 수시로 수정하며 바로 앞 한 단계씩만 밟아나갈 뿐이다. 지금 내겐 잘못된 자세로 드리블을 100번 치는 것보다, 드리블 영상을 복기하며 문제점을 찾고 수정해 다시 시도하는 한 번이 필요하다.
그러니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축구가 끝났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친구들과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실수를 직면하는 그 시간을 1만 시간 법칙 안에 포함시켜야 마침내 축구왕에 도달할 수 있다. 언젠가 축구 친구들과 "인생은 이순(60)부터지. 환갑잔치할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 하며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이 농담이 사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환갑의 가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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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노동자. 두 권의 책을 낸 작가. 여성 아마추어 풋살선수. 나이 든 고양이 웅이와 함께 살고 있으며, 풋살 신동이 되고 싶습니다. <편집자의 마음>, <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 두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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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드리블보다 축구에 더 필요한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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