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공연습 때 필요한 풋살공과 콘들.
이지은
상사가 "이거 맡아서 해볼 사람?" 물어보면, 누구도 맡고 싶지 않아 하는 일이라도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동료가 버거워하는 일은 손발 걷고 나서서 도와주고, 누군가 내게 일을 미루고 싶어 하면 기꺼이 눈감아주며 대신 처리해주었다. 나 하나의 노력과 희생이 결국 팀 모두를 살리는 일이라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웬만한 업무를 도맡아 했더니 일적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얻었고, 내 안의 인정욕구도 어느 정도 채워졌다. 동료들에게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라는 인상을 심어주었고, 상사로부터는 '없어선 안 되는 팀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상대평가를 매기는 인사고과 시스템 아래에서 일할 때 한 번도 하위권에 위치해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인정도 한두 번이지.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은 점차 '왜 나만?'이라는 의문으로 변하고 만다. '제가 할게요'라는 문장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누구의 일도 아닌 것들이 전부 내 몫으로 남는다.
상대는 자꾸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며 손을 놓아버린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그에 대한 응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웬걸, 내 몫만 점점 더 커져갔다. 그때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팀플레이를 기대하면 안 되는 거구나. 나는 바라지 않아야 할 것을 바랐고, 그래서 혼자 고군분투하다가 억울해졌고, 결국 외로워졌다.
일단 한번 억울한 마음이 자리 잡고 나면 이후에는 동료의 작은 배려와 솔선수범 앞에서도 '왜 저거밖에 안 해. 지난번에 나는 그보다 몇 배는 더 했는데'라며 나도 모르게 평가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던 마음이 억울함으로 변하는 순간, 팀워크는 무너진다.
나를 위해 달려오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