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혁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왼쪽)과 박권일 사회비평가(오른쪽)
차원
책 <88만원 세대> <한국의 능력주의>의 저자 박권일 사회비평가가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주최 정의로운 시민학교에 강사로 나섰다. 지난 22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흥사단 본부를 찾은 박권일 비평가는 2시간여에 걸쳐 '대한민국의 능력주의와 차별X부패 방정식,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의 능력주의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비평가는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왔지만, 여전히 능력주의가 옳고 공정하다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 대세인 것 같다"며 "단순히 도덕적 당위로서의 평등, 반능력주의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제대로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 불평등은 갈수록 악화 중이다, 1990년대엔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5%를 가져갔지만, 지금은 45%를 가져간다. 반면 하위 50%는 21%에서 16%로 더 줄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한국 사회에서 왜 양극화와 불평등을 겨냥한 대규모 집회는 벌어지지 않았는지 20년 넘게 연구하고 관찰한 결과 '한국인은 불공정은 못 참지만, 불평등은 기꺼이 참는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예를 들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외국인들은 잘 이해를 못 하는데 한국인들은 한번에 이해를 잘하지 않느냐"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선진자본주의 사회 중 가장 불평등을 선호하고, 가장 능력주의에 경도된 사회"라며 세계가치관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보통 경제 수준이 올라가면 사회 전체의 관용과 신뢰 수준도 함께 상승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경제 수준이 아무리 올라가도 관용과 신뢰 수준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그는 "한국은 경제성장과 안보에 집착하면서도 사회적 신뢰와 소수자, 이방인에 대한 관용이 지나치게 적다. 유대와 관용을 의미하는 '자기표현 가치'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에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며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을 제안한 것에 대해 "귀를 의심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자국민과 외국인의 최저임금을 따로 두고 있어 적은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데 이는 반인권적·반민주적 제도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과 싱가포르는 자기표현 가치가 낮고 실질적 민주주의가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세계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조사한 결과를 언급하며 "한국만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모두가 서울대와 강남 아파트를 열망하는 사회,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사회에서 대안적 삶의 모델은 제시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